[아직 살만한 세상] 아빠 두 번 놀라게 한 수능날 수험생 아들의 행동

입력 2017-11-23 17:40
사진=광주 MBC 페이스북 영상 캡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오전, 수많은 학부모들이 떨리는 마음을 안고 자녀를 시험장으로 보냈습니다. 어쩌면 당사자인 수험생들보다 부모님들께서 더 긴장되고 걱정될 오늘입니다.

그런 오늘, 자신을 시험장까지 배웅해준 아버지께 큰절을 올린 한 수험생의 사연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광주MBC 기자인 전윤철(49)씨는 아들의 수능 시험일인 23일 새벽 잠을 설쳤습니다. 갑작스런 지진으로 ‘수능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만큼 긴장감은 배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런 아버지와 달리 정작 시험을 코앞에 둔 아들 준서(18·수완고)군은 이날 아침 늑장을 부렸습니다. 시험시간에 늦을 것을 염려한 전씨는 아들을 나무라며 서둘러 데리고 나갔습니다.

집에서 시험장인 정광고까지는 자동차로 20분 거리였습니다. 두 사람은 오전 7시 47분쯤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입실 마감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만큼 아버지는 아들을 서둘러 들여보냈습니다.

그런데 아들을 바래다준 전씨가 출근길에 들어서 신호등을 2개쯤 지났을 때, 갑자기 아들 준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아빠, 지금 다시 올 수 있어요? 올 수 있으면 빨리 와주세요.”

이유를 묻는 아버지에게 아들은 다시 와 달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놀란 전씨는 곧바로 차를 돌려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무슨 일이 생겼을까, 혹시 수험표를 놓고 내린 것일까, 전씨는 겁이 났다고 합니다.

서둘러 시험장 앞에 도착하니 아들은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차를 발견한 준서는 차 앞으로 다가왔습다. 무슨 일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 전씨는 다급하게 차량 문을 열고 “왜, 왜”를 외쳤습니다.

그 순간, 아들은 갑자기 운전석에 있는 아버지를 향해 큰절을 올렸습니다.

전씨는 그제서야 안심했고, 웃으며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빨리 입실하라”며 아들의 등을 두드려주었습니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경찰관들의 얼굴에서도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사진=광주 MBC 페이스북 영상 캡쳐

전씨 부자의 모습이 녹화된 차량 블랙박스 영상은 이날 오전 광주MBC 페이스북을 통해 널리 퍼졌습니다. 그리고 4시간 만에 조회수는 2만여건, 좋아요 수는 2000여개를 돌파했습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영상을 보고 울었다” “훈훈하다”는 댓글로 아름다운 두 사람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사진=전윤철씨 페이스북

사연의 주인공인 전윤철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수능날 아침 많이 놀라기도 했지만 자식 키운 보람은 있네요”라는 말로 간단한 소감을 전했습니다. 이 게시물에도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란다”는 응원의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간도 시험에 집중하고 있을 모든 수험생들, 오늘 집에 가면 그간 마음 졸이며 묵묵히 바라봐주신 부모님을 한번 꼭 안아 드리는 건 어떨까요. 59만 수험생 그리고 학부모 여러분, 그간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이소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