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잤어요” “방에 갇혔어요” 위기처한 수험생에 경찰·소방 활약

입력 2017-11-23 16:23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23일 오전 서울 이화외고(제15시험지구 19시험장)에서 시간이 촉박해진 한 수험생이 경찰차를 타고 고사장에 도착하고 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갑자기 몸이 아프거나 고장난 방문에 갇히는 등 돌발상황이 발생한 수험생들이 경찰과 소방당국의 도움으로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이날 경기도재난안전본부와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기 광주시 오포읍에 사는 수험생 A(18·여)양은 수능을 하루 앞두고 몸에 이상을 느꼈다.

평소 건강한 A양이었지만 긴장한 탓인지 21일 밤부터 구토와 설사를 반복했다.

A양은 밤새 끙끙 앓다가 2시간 정도밖에 잠을 자지 못했고, 결국 23일 오전 6시8분께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소방당국은 병원에 도착한 A양의 상태가 조금 호전된데다 김양 스스로 시험을 보겠다는 의지를 보여 시험장까지 데려다 줬다.

안양시 동안구에 사는 B양은 이날 아침 잠에서 깨 시험을 보러 나가려고 했지만, 문고리가 고장난 탓에 방에 갇히고 말았다.

B양의 부모는 오전 7시30분께 “딸이 시험장에 가야 하는데 방에서 못 나오고 있다”며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문을 부수고 B양을 구조했고, B양은 무사히 시험장으로 향할 수 있었다.

오른쪽 무릎을 다쳐 이동이 불편했던 수험생 C군도 용인 구갈동에서 구급차를 타고 시험장으로 이동했으며, 수험생 D군은 수험표를 집에 놓고 왔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의 도움으로 수험표를 전달받았다.

경찰의 활약도 빛났다.

용인 서원고에서 시험을 본 E군은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엉뚱한 곳에서 내리고 말았고, 다행히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관에게 도움을 요청해 3.6㎞ 떨어진 시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지각위기에 처했던 F군은 설상가상으로 차까지 막히자 오전 7시 45분께 112에 도움을 요청했다. F군은 차들을 헤치고 달린 경찰 오토바이 덕분에 지각을 면했다.

성남 분당에서는 “자취 중인 아들이 연락이 안된다”는 어머니의 신고가 접수돼 출동한 경찰관이 자고 있는 수험생을 깨워 시험장에 데려다 준 일도 있었다.

경찰은 그밖에 시험장을 향하던 또 다른 수험생 G군이 “어차피 늦었는데, 시험을 포기하겠다”고 하는 것을 설득해 시험장으로 들여보냈으며, 신분증을 놓고간 H군의 어머니를 수원 영통의 시험장까지 수송했다.

이날 경기남부 경찰이 수험생을 지원한 건수는 ▲빈차 태워주기 11건 ▲수험생 시험장 수송 220건 ▲시험장 착오자 수송 18건 ▲수험표 찾아주기 3건 ▲기타 10건 등 모두 262건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관내 14개 시험지구 218개소 시험장 주변에 교통경찰 345명과 지역경찰 483명, 교통기동대 3개중대 198명, 고속도로순찰대 28명, 지방청 교통순찰대(사이카) 7명 등 모두 1026명과 모범운전자 등 협력단체 819명을 배치하고 수험생들을 도왔다. 순찰차 309대와 사이카 55대도 동원됐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수험생 10명을 시험장까지 수송했으며, 1명을 구급이송했다고 밝혔다.

도재난본부는 시험장 주변 등 도내 75곳에 구급차 등 차량 75대와 소방관 147명을 배치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