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 vs 4.4%… 여론조사로 본 국민의당 ‘이상과 현실’

입력 2017-11-23 16:05 수정 2017-11-24 15:27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조찬세미나 '양당 연대·통합 의미와 전망 그리고 과제'에 참석한 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뉴시스

19.2% 대 4.4%. 23일 국민의당 지지율과 관련해 두 건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하나는 국민의당이 직접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조사한 바른정당과의 통합 시 지지율로, 이 경우 통합 정당은 지지율 2위가 된다. 다른 하나는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지지율 조사인데, 국민의당 창당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자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추구하는 ‘이상’이라면 후자는 안철수호 국민의당이 처한 ‘현실’인 셈이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은 ‘현안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내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할 경우 19.2%의 지지율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민정책연구원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전화면접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0% 포인트)를 실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 전 국민의당 지지율은 5.5%다. 더불어민주당(49%), 자유한국당(11.8%), 바른정당(6.3%) 다음인 4위였다. 반면 통합을 가정했을 경우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정당 지지율은 19.2%로 예상됐다. 국민의당의 지지율 5.5%와 바른정당 지지율 6.3%를 기계적으로 더한 11.8%보다 7.4%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 경우 통합정당은 한국당(11.7%)을 제치고 2위 정당이 된다.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안 대표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통합론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21일 끝장토론에서 “외연 확장을 하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2등은 해야 하고, 자유한국당을 쓰러뜨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데 이를 위해선 바른정당과의 통합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20~22일 성인 전국 유권자 1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5% 포인트) 국민의당 지지율은 4.4%(0.5%포인트 하락)로 바닥을 쳤다. 창당 이래 최저 지지율이었다.

안 대표는 통합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하지만, 오히려 호남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 ‘김이수 부결 사태’ 당시 지지율 5%대였던 국민의당 내부에서 나온 ‘잃을 것이 없으니 역풍은 상관없다’는 말도 무색하게 됐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으로 실제 지지율이 20% 가까이 나올지, 의문도 여전하다. 같은 당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통합하면 2당이 됩니까? 골목슈퍼 둘 합한다고 롯데마트가 됩니까? 이마트가 됩니까?”라고 말했다. 안 대표의 ‘빅 텐트론’을 비판한 것이다.

비록 통합을 두고 안 대표과 갈등을 빚고 있는 호남 중진의 발언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역대 최저 지지율을 찍은 국민의당과 항시적으로 한국당의 흡수통합 위협에 긴장하는 바른정당의 통합으로 19.2% 지지율이 나올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의문이 제기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국민의당 내홍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21일 의원총회에서 호남·진보파 의원들의 반대로 통합에 제동이 걸리자 전당대회를 통해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2일 “의원총회는 정당의 중요한 축이긴 하지만 당의 결정을 내리는 기구는 아니다”라며 “당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기구는 최구위, 당무위, 중앙위 그리고 전당대회”라고 말했다.

이에 비안철수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박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당은 국회의원들의 생각이 중요하다”며 “혼자 회사 사장처럼 끌고 간다고 해서 따라가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의원도 전북·전남 의원단 조찬 회동에서 평화개혁연대 가입을 설득하는 등 비안철수계 세력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