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한정판·가성비 3박자가 맞았다”
“중고 거래 30만원, 본질에 빗나간 행위”
‘평창 롱패딩’이 출시된 지난달 26일, 물량이 풀린 전 매장에서 이날 하루에 판매된 수량은 100~200벌에 불과했다. 기존에 예정된 생산량보다 물량을 줄이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던 지난 4일 가수 선미와 EXID 하니가 평창 롱패딩 한 벌을 같이 입고 추위를 견디는 모습이 SNS에 노출됐다. 이날을 기점으로 판매가 불티나게 이뤄지기 시작했다. 14~15일엔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2위에 ‘평창 롱패딩’이 올랐다.
지난 18일까지 판매된 평창 롱패딩은 약 2만3000벌. 딱 3만벌만 생산된 이 제품의 남은 재고 7000벌은 22일 마지막 재고가 풀렸고, 롯데백화점에선 ‘밤샘 구매’ 소동이 벌어졌다. 그날 오후 신성통상 측은 국민일보 기자와 만나 ‘평창 롱패딩’의 성공 이유와 추가 생산 가능성, 품절 대란에 대한 생각과 비하인드스토리 등을 공개했다. 인터뷰에 응한 신성통상 관계자는 사내 여러 부서가 관여된 사안이란 이유로 익명을 요구했다.
Q. 14만9000원이라는 가격에 가성비 좋은 롱패딩을 생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성통상은 원자재와 부자재를 통합 소싱 한다. 원자재는 옷을 구성하는 원단을 말하고, 옷에 붙는 단추나 케어라벨 등이 부자재다. 흔히 소비자들이 중시하는 안의 털, 즉 충전재는 워낙에 금액이 크다 보니 원자재·부자재가 아니라 ‘충전재’로 따로 표기한다. 신성이 타 업체들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었던 이유는 1년 전에 충전재 물량을 대량 발주해뒀기 때문이다. 1년 전에 물량을 많이 예약해뒀기 때문에 원가를 미리 절감할 수 있었다.”
Q. 1년 전에 대량으로 물량을 발주해 둔 이유는?
“신성은 7개의 브랜드를 가졌다. 7개 브랜드의 아우터 물량을 미리 사전에 기획해서 그만큼의 물량, 즉 구스다운 같은 충전재들을 미리 업체에 예약해둔다. 이미 신성에서 예약해둔 가격이 있었으니 평창 롱패딩의 충전재도 1년 전의 그 가격대로 구매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가격 경쟁력의 우위를 점했다. 지금은 구스 다운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서 지금 패딩을 제작하기 시작하면 절대 그 가격을 맞출 수 없다. 이미 협상된 가격이 있었고, 그 가격대로 진행돼 질 좋고 저렴한 패딩을 생산할 수 있었다.”
Q. 4월에 입찰이 진행됐고, 납기가 10월이었다. 촉박한 시간에 ‘평창 롱패딩’ 제작에 어려움은 없었나?
“신성은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 공장에 생산 라인이 있다. 미얀마가 임금 수준이 낮다 보니 미얀마 공장에서 진행하는 것이 생산 원가가 가장 저렴하다. 하지만 신성의 자사 브랜드들을 봉제하기 위해서 생산 스케줄을 다 잡아뒀는데, 갑자기 평창 롱패딩을 위해 미얀마 공장 라인들을 가동할 순 없었다. 신성의 자체 브랜드들과 생산 일정을 조율하는 데 애를 먹었다. 그래서 당초 미얀마 공장에서의 생산을 계획했으나 안정적인 납기 관리를 위해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을 진행했다.”
Q. 보통 패딩 하나를 제작하는 데 1년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 6개월이라는 단기간에 패딩을 제작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
“보통은 지금 시기(11월쯤)에 내년에 출시될 아우터를 기획·분석하고 발주를 1~2월에 진행한다. 그러면 9월쯤에 입고가 된다. 패딩 완제품을 기획부터 생산까지 모두 진행하는 데는 보통 9개월 정도 걸린다고 보면 된다. 신성은 50년 가까이 된 회사다. 오래된 노하우와 역량 덕에 촉박한 시간에 ‘평창 롱패딩’을 제작할 수 있었다. 회사 비즈니스 규모의 반 정도는 옷을 만들어서 납품하는 것이고, 나머지 반은 패션 리테일, 즉 자체 브랜드를 운영한다. 이미 생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노하우와 역량이 축적돼 있다. 그래서 자체 공장들을 운영할 수 있었고 그게 원가 절감과 품질 관리에 대한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신성의 가격과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평창 올림픽이라는 국가의 중요한 행사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Q. 추가 생산이 어려운 이유는 뭔가?
“납기와 가격이다. 지금 물건을 만들려면 원부자재와 충전재를 확보해야 한다. 확보에 시간이 걸리고 그 뒤에는 공장에서 봉제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다 보면 판매 시기를 놓쳐버릴 가능성이 크다. 최소한 1월에는 입고가 돼야 1~2월에라도 판매가 진행되는데, 납기가 3~4개월 정도 걸려서 4월에 입고되면 올림픽이 끝난다. 그 부분이 어렵다.”
Q.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고 품절 대란이 일어났을 때, 사내 분위기는 어땠나?
“다들 놀랐다. 뭐냐고, 실검 1위라고. 신성에서는 마케팅을 따로 하지 않았는데 다 알려졌다. ‘가성비가 왜 이렇게 좋냐’ ‘가격이 어떻게 이렇게 쌀 수가 있냐’ 물어 물어가다가 신성통상이라는 회사가 주목받았다. 신이 주신 좋은 케이스다.”
Q. 22일, 마지막 물량이 판매된다는 소식에 소비자들이 새벽부터 줄을 섰다. 롯데 백화점 잠실점에는 할머니 한 분과 아들이 밤샘 기다림 끝에 1, 2번 대기표를 받고 평창 롱패딩을 구매해 갔다. 노년층부터 중고등학생까지 모두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딱 평창 올림픽에 맞춰 나온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그리고 3만장이라는 굉장히 적은 물량을 확보한다는 그런 심리가 있지 않았을까?”
Q. 평창 롱패딩의 정가가 14만9000원인데 지금 중고 거래 사이트에 두 배가 넘는 가격에 판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본질에 정말로 빗나간 행위들이다. 그런 건 사지 마시길 부탁드린다(웃음).”
Q. 평창 롱패딩의 인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롱패딩 이라는 트렌드, 평창 한정판, 그리고 가성비다. 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폭발적인 인기로 이어진 것 같다. 물량이 3만장이 아니라 30만장 정도 됐으면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을 것이다. 물량이 너무 많았으면 이렇게 화제는 안 됐을 거고, 가격도 14만9000원이 아니라 너무 높았으면 또 화제가 안됐을 것이다. 트렌드가 롱이 아니라 숏이었다면 또 화제가 안 됐을 수도 있다. 정말 좋은 기회에 모든 것이 다 맞아떨어져서 ‘품절 대란’이 일어난 게 아닐까.”
이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