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 ‘흡연카페’ 전국 36곳… 어떻게 법망 피해 왔나

입력 2017-11-23 14:49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흡연카페가 전국 36곳으로 늘어나자 정부가 뒤늦게 규제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흡연카페를 금연구역 의무지정 대상에 포함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흡연카페 규제 필요성이 계속되자 지난 9월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일반적으로 커피·음료를 주문해 마시는 카페는 식품위생법이 정한 ‘휴게음식점’으로 흡연이 금지돼 있다. 이 때문에 기존에 흡연석을 두고 있던 카페도 이를 대부분 철거했다. 하지만 흡연카페는 커피를 즉석에서 주문받아 제공하지 않고 자판기에 넣어 판매하면서 ‘식품자동판매기 업소’로 등록해 법망을 벗어났다.

규제 마련이 더딘 틈을 타 흡연카페는 계속 늘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 생겨나기 시작한 흡연카페는 올 9월 기준 전국 36곳으로 집계됐다. 서울이 10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4곳), 대전·부산·경북(각 3곳) 순이었다. 개정안은 지난 3월 복지부가 흡연카페를 규제할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8개월 만에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 통과되기까지 시간은 더 소요될 전망이다.

◇ 흡연카페, 어떻게 법망 피했나


불법은 아니지만 법의 규제를 교묘하게 피했다. 서울의 한 대학가 건물 앞에는 ‘전 좌석 흡연 가능, 최고의 환기시설’이라는 설명이 붙은 카페 간판이 세워져 있다. 2층 카페 내부로 들어서니 자리에 앉은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인테리어도 유명 프랜차이즈 커피숍들과 비슷했다.

카운터로 가서 아이스커피를 주문하자 직원은 “이용이 처음이냐”고 묻고는 얼음 컵만 내줬다. 직원이 커피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손님이 직접 카운터 옆의 커피메이커에서 커피를 뽑아 마셔야 했다. 직원이 안내해준 기계 옆에는 빨대와 컵홀더는 물론 재떨이도 준비돼 있었다. 메뉴판에도 ‘카페 모든 음료 제조가 셀프로 이용된다’고 적혀 있었다.

직원이 직접 음료수를 내주지 않고 자동판매기나 커피메이커를 이용하게 하는 이유는 일반 카페 같은 식품접객업소가 아니라 식품자동판매기기 영업장으로 등록해 금연구역 지정을 피했기 때문이다. 간판은 카페라고 붙였지만 실제로는 카페가 아닌 셈이다.

흡연자들은 이곳을 오아시스처럼 여겼다. 김모(30)씨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그는 “담배를 자유롭게 피울 수 있는 공간이 갈수록 줄어들다 보니 흡연자들끼리 모이면 이곳으로 오게 된다”며 “얘기를 하다가 담배를 피우고 싶을 때도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고 그 자리에서 흡연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흡연카페를 처음 방문했다는 전모(21)씨는 “사이트에서 검색해보고 왔는데 마음에 든다”며 “이곳에선 눈치 보지 않고 커피와 담배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흡연카페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생겼다. 전국 20개 가맹점을 보유한 업체도 있다. 한 업체 대표는 “비흡연자들에게 간접흡연 피해를 주지 않고, 애연가들이 담배를 편안하게 피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며 “현행법상 금연건물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곳에서 운영하는 등 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를 편법으로 몰아가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흡연카페를 보는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흡연카페 근처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임모(30·여)씨는 “근처 골목이 암묵적 흡연구역이었는데 카페가 생기고 골목 흡연자가 줄었다”며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이 새로 마련된 셈이어서 오히려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28·여)씨는 “일반적인 카페는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데 저런 방식으로 규제를 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아파트에서도 실내 흡연이 문제가 되는데 흡연카페에도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예슬 허경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