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귀순 병사를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 교수가 나아지지 않는 의료 현실에 안타까움을 드러낸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교수는 아주대 교수회가 지난 9월 발행한 소식지 ‘탁류청론’ 50호에 직접 쓴 장문의 글을 실었다. 이 글에서 이 교수는 자신을 ‘적자의 원흉’ ‘죄인’이라고 표현하며 중증 외상외과 분야의 열악한 현실을 토로했다.
이 교수는 “사고의 크기만큼 중증외상환자들의 상처 범위는 넓고 깊다”며 “내게 오는 대부분의 환자는 늘 긴박했고, 산다 해도 많은 경우 장애가 남고 후유증의 위험이 도사렸다”고 말했다. 이어 “승리가 담보되지 않는 싸움이라 모르는 체 할 수 없으나 반가울 수도 없는 존재가 나의 환자들이었다. 목숨과 돈, 관계의 문제들이 뒤얽혀 고개를 숙이고 사정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고 고백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가 의료 행위나 약제에 대한 급여 기준을 정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일선 병원이 그 기준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고 이후 진료행위에 대한 의료비 증감이 이뤄진다. 이 교수는 이 과정에서 잦은 의료비 삭감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을 털어놨다.
그는 “사경을 헤매는 환자들의 필수적인 치료를 줄일 수는 없었다”며 “난 날아드는 경고를 외면했고 어쩔 수 없이 모르는 척 치료를 강행하면 몇 개월 뒤 어김없이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으로부터 차가운 진료비 삭감 통지서가 날아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궁지로 내몰린 자신의 처지를 기억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약품과 장치들을 기준에 비해 초과 사용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함을 적어 심사평가원에 보냈지만 삭감진료비 회수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며 “심사위원 중 외상외과를 전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표준지침대로 치료했다는 내용의 자료를 수십 차례 제출해도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연간 10억 원의 적자를 만드는 원흉이 됐다”며 “얼음장 같은 시선들 사이에서 수시로 비참했다”고 힘겨운 상황을 설명했다. 또 “무고했으나 죄인이었고, 나아갈 길은 보이지 않았다”며 괴로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앞서 이 교수는 22일 오전 아주대병원에서 가진 귀순 병사 회복 상태 브리핑에서 작심하듯 한국 응급 의료 현실을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손석희 JTBC 뉴스룸 앵커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을 향하는 논란에 대해 답답함을 드러내며 ‘격정’ 토로한 바 있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