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 은폐’ 1차 조사 결과 오후 4시 발표… 김영춘 사퇴하나

입력 2017-11-23 14:20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유골 은폐’ 의혹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를 23일 오후 4시 발표한다. 해수부는 전날 세월호 미수습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을 발견하고도 닷새나 공개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진 뒤 내부 감사를 진행했다.

◇ 김현태 부본부장에게 집중된 1차 조사


1차 조사는 김현태 현장수습본부 부본부장(3급·부이사관)에게 집중됐다. 해수부 감사관실은 김 부단장이 유골 발견 사실을 왜 공개하지 않았는지, 상부 보고는 어느 선까지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30분쯤 세월호 선체 객실구역에서 나온 지장물을 세척하던 중 뼈 1점이 발견됐다. 당시 국방부에서 파견한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는 해당 유골이 사람 뼈임을 확인했다. 그러나 김현태 부본부장은 이 사실을 보고받은 후에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와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동안 해수부는 유골이 발견되면 선체 조사위와 미수습자 가족 등에게 통보해왔다. 또 언론에 매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현장 수색상황을 정리한 보도자료를 배포해왔으나, 17일부터 22일까지 유골 수습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현장수습본부는 뒤늦게 21일 선조위와 고 조은화양 어머니, 고 허다윤양 어머니에게만 알리고 22일에야 국과수에 DNA 감식을 요청했다. 김 부본부장은 현장 관계자들에게 유골 수습 사실을 알리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미수습자 5명의 가족들은 지난 18일 유해 없이 장례식을 치렀다. 지난 5월 이영숙씨 유골 발견을 끝으로 수색작업이 이어지자 더 이상 수색을 요구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16일 목포신항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 김영춘 해수부 장관, 사퇴 시사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사과문을 통해 "먼저 이번 일로 다시 한 번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분들과 유가족분들 그리고 국민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당 책임자를 보직 해임한 후 본부 대기 조치하고 감사관실을 통해 관련 조치가 지연된 부분에 대해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사실을 보고받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을 묻고 유가족과 국민들께 한 점 의혹 없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세월호 유골 은폐에 대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국민께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김영춘 장관은 이날 오전 장관직에서 물러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제가 책임질 것에 대해선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회의 참석자는 “‘사표를 내겠다’는 언급은 없었지만 책임지겠다고 한 건 그만두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장관은 회의 내내 굳은 얼굴로 앉아있었다고 한다. 논란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별도의 설명도 없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지난 4월 세월호 인양 후 현재까지 미수습자 9명 가운데 고창석·이영숙 씨·허다윤·조은화 양 등 4명의 유해만 찾았다. 현재 남은 미수습자는 단원고 남현철, 박영인 학생, 양승진 교사, 권재근씨와 아들 권혁규 군 등 5명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