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와이퍼 작동하며 질주… “탈북 신호 아니냐” (영상)

입력 2017-11-23 14:08 수정 2019-08-29 15:24
72시간 다리를 건너며 헤드라이트를 켠 귀순병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의 CCTV와 열상감시장비(TOD) 영상이 22일 공개됐다. 영상에서 자동차 헤드라이트와 와이퍼를 작동시키는 귀순병의 모습에 “그가 탈북 신호를 보내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유엔사령부가 공개한 당시 CCTV에 따르면 귀순병 오모(24)씨는 13일 오후 3시11분 북한 지역 논밭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타고 남측으로 향했다. 그리고 ‘72시간 다리’를 건너기 직전, 타고 있던 지프 차량의 라이트를 켰다. 검문소를 빠르게 지난 그는 계속 헤드라이트를 켠 채 질주했다. 유엔사 관계자는 “이 도로에선 북한 차량이 이동하는 장면이 더러 포착되긴 했지만 헤드라이트를 켜고 이 정도로 속력을 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공동경비구역(JSA) 시작 지점인 김일성비 부근에서 우회전을 하며 와이퍼를 작동시킨 귀순병

빠르게 다리를 건넌 귀순병은 공동경비구역(JSA) 경내로 들어오면서는 와이퍼를 작동시켰다. 북측 건물에선 북한군 병사들이 다급하게 뛰어나오는 모습도 포착됐다. 채드 캐럴 유엔사 대변인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대한민국으로 넘어오기 위한 의도를 분명히 갖고 급하게 우회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군에서 복무했던 고위급 간부 A씨는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에 “군에서 항복할 때 흰색 천을 차량에 달거나 또는 라이트를 켜서 항복 의사를 전달한다”며 “탈북 병사도 초소를 지나면서 한국군에게 탈북 의사를 보낸 것 아니냐”고 말했다. “급박한 마음에 경내에 들어와서는 한국군 병사의 관심을 끌려고 와이퍼도 작동한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헤드라이트를 작동한 데에는 검열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북한군 출신 탈북자 B씨는 중앙일보에 “지휘관이 타고 있을 때는 라이트를 점멸해 검문을 받지 않고 지나간다”면서도 “계속 켜두고 운전한 것은 좀 이상하다”고 밝혔다. 또 “와이퍼 작동은 급박한 상황에서 오작동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