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트웨인도 감탄했던 ‘스킨 스쿠버 파리’의 생존 비밀이 풀렸다(영상)

입력 2017-11-23 11:20 수정 2017-11-23 11:36
공기 방울의 보호를 받으며 미노호 짠물에서 서식하는 알칼리 파리. 새너제이머큐리 홈페이지


미국의 대문호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1862년 캘리포니아주 모노호를 찾았다. 폭풍우 속에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다 물에 빠질 아찔한 상황 속에서도 한 무리의 괴이한 ‘생명체’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트웨인은 10년 뒤 출간한 여행기에서 당시의 경험을 담았다. “원하는 만큼 오래 물 속에 가둘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자랑스러워할 뿐이다. 놓아주면 특허 사무실 서류처럼 건조한 표면 위로 튀어 오른다. 그리고 인간에게 교훈적인 오락거리를 제공하도록 특별히 교육받은 것처럼 태연히 자리를 뜬다.”

트웨인을 사로잡았던 생명체는 ‘알칼리 파리’였다. 76만년 전 생성돼 북미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호수 중 하나인 미노호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노호는 염분이 태평양 바닷물의 3배에 이르러 웬만한 생물은 생존이 힘들다. 물고기는 없고, 새우와 조류 정도만 겨우 살고 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알칼리 파리가 생존하고 번식할 수 있는 비밀은 트웨인이 처음 매력에 사로잡힌 지 155년이 흐른 뒤 과학자들이 풀어냈다.

알칼리 파리는 15분가량 물속에 머무를 수 있고 6m 아래까지 잠수가 가능하다. ‘스킨스쿠버’ 또는 ‘다이빙’ 파리로 불리는 이유다.




알칼리 파리의 비밀은 의외로 간단하다. 많은 곤충들은 짧고 뻣뻣한 털로 덮여 있어 언제든 몸을 건조하게 유지할 수 있다. 털은 물을 튕겨 내는 왁스 재질로 코팅돼 있다. 하지만 모노호 생존을 위해서는 이 정도 갖고는 안 된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 마이클 디킨슨 교수 등 연구진은 다른 종류의 파리와 곤충을 갖고 실험을 했다. 미노호의 짠물은 이들을 허락하지 않았다. 몸은 금방 젖고 호수 짠물에 갇혀 이내 죽었다. 하지만 알칼리 파리들은 미노호에 적응하며 진화를 거듭, 더 많은 털과 왁스를 갖게 됐고 그 만큼 더 강해졌다. 그 결과 물 속 먹이와 알 낳을 장소를 찾을 수 있도록 완벽한 방수 가능을 갖게 됐다.

또 다른 비밀은 몸을 감싸는 공기 방울이다. 디킨슨 교수는 “알칼리 파리들은 물속에 들어갈 때 몸 주위에 공기 방울이 만들어 진다”고 말했다. 알칼리 파리의 이런 ‘기술’은 물속 포식자가 없는 상황에서 물속 먹이에 자유로운 접근은 허용했다. 또 발끝에 달린 발톱으로는 공기 방울 속에서도 떠오르지 않고 호수 바닥을 붙잡고 지탱할 수 있다. 디킨슨 박사는 “물속에는 당신을 잡아먹을 천적도 없고, 원하는 모든 먹이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상태를 유지하기 힘든 물속으로 다이빙할 수 있다. 그들은 그걸 터득했다”고 말했다.

알칼리 파리는 매년 캘리포니아 해변을 따라 흘러들어오는 수백만 마리의 철새들의 중요한 먹이가 된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일 발간된 미국 과학아카데미 회보에 실렸다고 새너제이머큐리는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