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적도 없는 시민의 수배 여부를 경찰전산망에 조회한 경찰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청장에게 “징계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23일 피해자 A씨 측이 낸 진정을 받아들여 일선 경찰서 파출소 소속 경찰관 B씨에게 경고 조치하고 실태점검 및 개선책 마련을 하도록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B씨는 지난해 12월 야간 순찰 근무를 하면서 A씨의 이름과 생년월일로 전산 조회해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냈다. 이어 주민등록번호를 경찰 수배자조회시스템에 입력해 두 차례에 걸쳐 A씨의 수배 여부를 확인했다.
B씨는 수배 여부를 조회할 때 입력하게 돼 있는 ‘조회 목적'란에는 ‘교통단속' ‘불심검문’이라고 허위로 적어 넣었다. A씨는 수배 중이 아니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A씨의 배우자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B씨는 인권위 조사에서 “정보원으로부터 사기를 일삼는 여성이 있다는 첩보와 함께 A씨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받아 수배 여부를 조회했을 뿐, 개인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피해자를 만난 적이 없는 데도 목적을 허위로 입력해 조회한 것은 개인정보의 유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이런 행위는 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경찰관의 개인정보 유출 사례가 급증해 국회가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법원도 비슷한 사례에 엄격한 판단을 하는 점에 비춰볼 때,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찰청 차원에서 실태점검을 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씨는 현재 A씨의 고소로 개인정보 유출 혐의에 대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