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수색 연장될까 쉬쉬!… 유족 가슴에 대못질

입력 2017-11-23 07:11

세월호 현장수습본부의 유골 수습 사실 은폐는 그동안 수색작업에서 보여준 모습과 전혀 딴판이다. 현장본부는 매일 오전·오후 두 차례 미수습자 가족과 언론에 세월호 선체조사 상황을 알려 왔다. 유골을 수습하면 지체 없이 통보했다. 하지만 지난 17일 발견된 유골은 나흘간 숨겼다.

수색 종료를 앞두고 수색을 재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것을 우려해 은폐한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다만 앞뒤 정황을 살펴보면 단순히 수색 종료 일정을 예정대로 진행하기 위해 취한 행동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2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현장본부에서 사람의 손목뼈로 추정되는 유골 1점을 발견한 시점은 17일 오전 11시30분쯤이었다. 세월호에서 수거한 반출물을 세척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사람의 뼈일 가능성이 높다’는 현장 보고에도 불구하고 현장본부는 입을 닫았다. 현장본부는 미수습자 5명의 가족들이 ‘시신 없는 장례식’을 치르고 사흘이 지난 21일에야 이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렸다. 이어 22일 뒤늦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유골 수습 사실을 은폐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현장본부의 김현태 부본부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 관계자는 “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수색을 재개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부담감을 느꼈던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유골이 추가로 발견되면 관련 절차를 일시 중단해야 할 수 있고, 수색을 재개해야 할 수도 있음을 의식했던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유골이 발견된 시기는 미수습자 가족들이 기다림에 지쳐 목포신항을 떠나겠다고 밝힌 날(16일)과 장례를 치른 날(18일) 사이에 끼어 있다. 해수부는 미수습자 가족들의 기자회견 직후에 수색 종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면서 가깝게 지내 온 것으로 전해진 김 부본부장이 수색 재개를 우려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보기엔 의문점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해수부 관계자는 “발견된 유골의 감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장례를 미뤘다가 나중에 미수습자 유골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가족들이 더 힘들어할 수도 있다. 그런 점까지 고려했던 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 세월호 유가족은 “유골이 나올 때마다 외부로 알려지는 상황이 힘들었다. 유골이 나와도 감식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외부로 알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었는데 해수부가 그 부탁을 들어주다가 이런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유골 수습 사실을 미수습자 가족에게까지 감췄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해수부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김 부본부장과 현장 관계자들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해수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충격을 넘어 경악이다. 국민을 두 번 울리는 일”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주문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김판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