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지 8일째인 22일. 시민들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지진 공포는 여전했다. 여진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체감하는 공포는 심각했다. 특히 대피소가 아닌 집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의 심리상태 관리는 쉽지 않은 듯했다.
이날 오전 9시45분쯤 포항북구보건소 방문보건사 김경희(49·여)씨와 국립공주병원 간호사 김영주(54·여) 박선규(51·여)씨가 ‘찾아가는 재난심리지원 상담’을 위해 팀을 이뤄 흥해읍 옥성리를 찾았다. 조용한 동네에서 처음 만난 주민들은 집 밖에 나와 있던 70대 할머니들이었다.
지원단은 할머니들에게 “어젯밤에 잠은 좀 주무셨느냐”고 안부를 물었고 할머니들은 “어제도 한 번 ‘쿵’ 했다”며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원단은 방으로 들어가 할머니들의 혈압과 혈당 등을 확인했다. 김옥자(78) 할머니는 “큰 소리만 나면 놀라서 경기를 한다”고 했다. 지원단은 “지금은 놀라는 게 당연하지만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되면 꼭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한 뒤 24시간 상담전화번호 등이 적힌 안내문을 줬다.
동네 끝자락에 사는 김정미(57·여)씨는 지원단을 보고 “불안해서 인근 대피소에서 약을 받아와 먹었는데 잠이 잘 와서 조금 나은 것 같다”며 “이렇게 사람이 찾아오는 게 큰 위안이 된다”고 고마워했다.
지원단이 마지막 들른 집에서는 황영선(86) 할머니가 며느리와 함께 밖으로 나서고 있었다. 며느리는 지원단을 보고 “약을 지어줄 수 있느냐”며 “어머니가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고 하는데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지원단은 황 할머니의 혈압과 혈당을 체크한 뒤 “혈압이 높게 나았다”며 “지진 스트레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혈압이 올랐을 수 있으니 바로 대피소에 가 진료를 받으라”고 당부했다.
김경희 방문보건사는 “이렇게 안부를 물어보고 정보를 알려주는 게 주민들이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1일부터 활동을 시작한 포항재난심리지원단은 정신과 의사와 간호사, 방문보건사 등 10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포항=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