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대신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방안을 꺼내들었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홍준표 대표는 22일 오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처음 표명했다. 홍 대표는 “(정부·여당이) 공수처를 만들자는 이유는 검찰의 수사권 독점 때문”이라며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해서 망나니 칼춤을 휘두르니 공수처를 만들어 수사권을 제한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수처가 무소불위한 수사 권한으로 망나니 칼춤을 추면 공수처 위에 또 공수처를 만들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홍 대표는 이어 “기존의 기구를 상호 감시토록 해서 검찰독재를 막는 것이 검찰개혁”이라며 “경찰과 검찰의 수사권한을 동등한 권한으로 법제를 개편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도 ‘공수처 반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거론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2주기 추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수처 설치보다는 다른 측면에서 검찰 개혁이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며 “가장 문제 되는 기소권, 수사권 조정문제를 제기하는 주장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최근 적폐청산을 앞세운 검찰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면서 한국당 내부에서는 ‘야당 추천 공수처장 임명을 전제로 공수처라도 설치해서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나서 공수처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공수처 반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당의 입장이 정리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당초 검·경 수사권 조정에 소극적이던 한국당이 이제 와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내세우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당은 그동안 “경찰은 이미 독자적 수사 개시와 진행권 부여로 충분한 자율성을 확보했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미온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검·경 수사권 조정 미온적이던 한국당, 공수처 논의 일자 입장 선회
입력 2017-11-22 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