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0시 서울법원종합청사 404호 소법정. 이른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으로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가 유죄로 인정 돼 1심에서 각각 법정최고형인 징역 20년과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주범 김모(17)양과 공범 박모(19)양의 첫 항소심이 진행됐다. 앳된 얼굴에 갈색 뿔테를 쓴 김양과 박양은 연녹색 수의를 입고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방청석을 등지고 마련된 피고인석에 앉은 박양은 재판 내내 법대를 정면으로 응시했고, 김양은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바라봤다. 40여석 규모의 소법정 방청석도 모두 들어찼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 심리로 열린 김양과 박양의 첫 항소심 공판에서 양측 모두 원심 판결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펼쳤다. 박양 측 변호인은 살인뿐만 아니라 살인방조 혐의도 부인했다. 박양 측은 “전체적으로 공모한 적이 없고, 공모사실을 증명할만한 특별한 증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원심은 “트위터나 카카오톡 등 박양과 김양의 공모관계가 직접적으로 나타나거나 입증할 수 있는 물증은 남아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김양과 박양의 진술, 범행의 동기, 범행 전후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공모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박양 측은 검찰에 김양이 주변 친구와 나눴던 트위터 메시지를 추가로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검찰이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고 양이 방대하다”고 설명하자, 변호인단은 “상당 부분이 범행과 관련된 걸로 안다. 양이 많다는 이유로 제출을 거부하는 것이냐”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박양은 항소심에 대비해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인 12명을 선임했다.
김양 측은 김양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의 판단이 부당하다는 주장을 폈다. 김양의 변호인은 김양의 정신과 치료를 장기간 맡았던 주치의 등에 대해 증인신청을 하면서 “정신감정서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한 당시 김양의 상실감과 그 상실감을 박양이 채워준 부분 등 감정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증인 신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양 측은 김양의 주치의, 기소 전 정신감정을 맡았던 전문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동시에 재판부가 지정하는 전문심리위원을 통해 재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당시 원심은 “김양은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고, 평소 소극적인 성격으로 또래친구와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며 “전반적인 지적 능력은 평균 이상인데다 김양의 증상은 김양이 주장하는대로 조현병, 아스퍼거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의 소견도 있었다”며 김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양은 지난 3월 29일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생 A양(8)을 자신의 집으로 유괴해 전기줄로 목졸라 살해한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양은 김양과 공모해 A양의 시신을 건네받은 뒤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소년법상 18세 미만의 최고형은 징역 15년이지만 살인 등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
최장 징역 20년을 선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범인 김양은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만 18세 이상인 공범 박양은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