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분노의 브리핑 뒤… “그들을 도와달라” 청와대 청원 폭주

입력 2017-11-22 15:42 수정 2017-11-22 15:47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22일 오전 경기 수원아주대학교 병원 아주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던 중 얼굴을 매만지고 있다. 뉴시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를 치료하고 있는 이국종 아주대 교수와 중증외상센터를 지원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란에는 22일 오후 현재 이 교수 관련 청원이 90건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지난 17일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님)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지원”이라는 제목의 청원에 가장 많은 8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 청원은 다음달 17일 마감된다.

청원인은 힘들고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외과, 흉부외과 지원을 기피하는 현실을 개탄하며 중증외상센터 의사들 병원 윗선 눈치를 보지 않고, 하루에 한번은 잠을 잘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청원 글에서 “이국종 교수뿐 아니라 다른 지역 권역외상센터도 소속 병원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접했다며 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가 증가한다는 이유로 의사의 본업이자 사명을 져버리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청원 글은 의료계 현실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글쓴이는 “우리나라에서 외과 의사하면 ‘망한다’ ‘쉽지 않다’라는 현실 때문에 수많은 인재들이 의학교육을 받던 중 외과, 흉부외과 등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이국종 선생님처럼 훌륭한 의사가 되고싶다며 의대진학을 준비 중인 동생을 진심으로 만류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당직실에서 10분 20분씩 쪽잠을 자는 이들에게, 집에 일주일에 한번 갈까말까 한 이들에게, 우리는 비난이 아니라 제도적 개선을 말해야 한다”며 “그들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22일 오전 경기 수원아주대학교 병원 아주홀 브리핑에서 심경을 토로하며 다리의 상처를 보여주고 있다. 뉴시스

이 교수는 이날 귀순 병사의 건강상태를 전하는 브리핑에서 최근 빚어진 정치적 논란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하며 ‘굉장한 자괴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한 의료기관 관계자가 국회의원 보좌관에게 ‘이국종 교수가 중증환자도 아닌 석해균 선장을 가지고 쇼를 해 국회 법안과 예산이 통과대 설립될 수 있었다’고 보낸 메시지까지 공개하며 왜곡된 시선에 대한 울분을 드러냈다.

이국종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이 22일 오전 경기 수원아주대학교 병원 아주홀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또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이 교수가 귀순병사를 치료하며 몸 안에 있는 기생충과 분변을 공개해 인격 테러를 했다”고 비판한 데 대해 이교수는 “환자의 인권을 지키는 일은 목숨을 구하는 일”이라며 “만약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가 문제가 터지면 어찌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에이즈 환자를 사전 검사없이 수술한 적도 있다”며 “나도 출동하면서 어깨가 부러진 적이 있고 간호사가 수술 중 유산한 적도 있지만, 우리 의료진은 헬기 타고 출동하면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기도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의 인권침해를 말하기 전에 중증외상센터 직원들도 인권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다”라면서 "언론인들이 진정성을 다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