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는 한국 걸그룹과 미국 영화·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주대병원 경기 남부 중증외상센터 이국종 교수는 22일 브리핑 후 질의응답 과정에서 “환자에게 소녀시대의 ‘Gee(지)’ 뮤직비디오를 틀어줬다”며 “오리지널 버전, 록 버전, 인디밴드 버전 등 세 종류로 들려줬더니 오리지널 버전이 가장 좋다고 했다”고 전했다.
의료진이 “외모를 따지지 말고 음악 자체를 보고 평가해달라”고 농담을 던졌으나 그래도 오리지널 버전을 꼽았다고 한다. 이 교수는 “걸그룹을 되게 좋아한다”며 “케이블 영화 채널을 틀어줬더니 미국 드라마 CSI, 미국 영화를 좋아하더라”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환자가 남측 노래를 틀어달라고 한 적은 없고, 의료진이 정서 안정 차원에서 노래를 틀어줬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환자는 기관 삽관을 제거하고 나면 정신을 못 차리고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한다”며 “그때 환자를 깨우기 위해 심한 자극을 주지 않고 재미있는 걸 보여주는 게 치료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병사의 시력 회복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TV도 여러 대 틀어놨는데 채널은 영화 채널로 고정해뒀다고 한다. 뉴스를 보다 자신의 소식을 접하게 될 경우 충격받을 것을 우려해서다. 영화 중간에 광고가 나오자 병사는 “왜 영화를 껐냐”고 묻기도 했는데 의료진은 “한국의 광고다. 이거 다 사려면 엄청 돈이 필요하다”고 설명해줬다고 한다.
이국종 교수는 “환자와 함께 미국 영화 ‘트렌스포터’를 잠깐 봤다”며 “그걸 보던 중 환자가 ‘나도 운전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로 ‘한국에서는 이러이러한 걸 해야 한다’라는 말은 해주지만 북한 이야기를 묻지는 않는다”며 “그쪽 생각을 하면 환자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또 “환자와 얘기해봤는데, 죽음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이유는 자기가 생각해온 한국의 긍정적 모습 때문일 것”이라며 “본인 의사로 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병사는 만 24세 오모씨로, 이름을 공개되지 않았다. 오씨가 당국의 조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려면 한 달가량 더 걸릴 것으로 의료진은 예상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