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며 무고한 교수 자살로 내몬 男학생 실형 선고

입력 2017-11-22 14:38 수정 2017-11-22 14:42

성추행 의혹의 진실을 밝히라는 대자보를 붙여 무고한 교수를 자살로 몰고 간 남학생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22일 A(26)씨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사건을 담당한 김웅재 판사는 판결문에서 “A씨가 학내에 부착한 대자보는 단순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목격자와 증거사진까지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진실로 인식되도록 해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교수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에 이르고 말았다”고 말했다.

또 A씨가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려 하지 않고 떠도는 소문의 내용만을 짜깁기해 대자보를 붙였기 때문에 죄가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부산 동아대학교에 재학하던 A씨는 지난해 5월 19일 “전공 교수의 성추행 장면을 목격했다”며 대자보를 게시했다. 대자보에서 A씨는 자신을 성추행 사건의 목격자라고 밝히며 “XX학과를 대표하는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건의 가해자로 몰린 손현욱 교수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지난해 6월 7일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A씨가 올렸던 대자보

유족의 요청에 따라 정식 조사를 시작한 경찰은 문제의 대자보를 붙인 사람이 손 교수의 제자인 A씨였다는 점, A씨가 해당 사건의 목격자도 아니었다는 사실을 밝혀 냈다. 심지어 성추행을 한 교수는 따로 있었음에도 A씨는 이에 대한 사실 확인 없이 대자보를 붙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교수가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누가 그랬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해서 대자보를 붙였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이 공론화되자 동아대는 A씨를 퇴학시켰으며, 실제 성추행을 저지른 B 교수를 파면했다.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