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 피해 상황을 접한 한 일본인이 “동일본 대지진 때 한국에서 많이 지원해줘 고마웠다”며 포항시청에 구호 물품을 보내왔다.
17일 포항시 공식 트위터 계정은 “일본 분께서 우리 포항에 일본의 구호물품을 국제우편으로 보내셨다고 합니다”라며 서툰 한국어로 눌러쓴 우편 메모를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일본어로 된 우편 정보지에 삐뚤빼뚤한 한국어로 우편 송장 번호, 주소지 등이 적혀있다. 수신자는 경상북도 포항시 포항시청 2층 지진 지원품 접수처로 돼 있다.
발송인은 일본 아이치현의 직장인 이와타 메구미(岩田惠·28·여)씨로 밝혀졌다. 최근 뉴스를 통해 한국 포항에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고 포항시가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이재민에게 도움이 될 만한 핫팩과 세안 시트 1상자, 바디 시트 1상자, 간이화장실 1상자 등을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포항시청 트위터에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과 신문지나 비닐봉지로 체온을 유지하는 방법 등을 담은 사진 파일 64개를 보냈다. 지진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1차로 보낸 핫팩 240개는 지난 20일 포항시에 도착했다. 이와타씨는 나머지 물품도 곧 보낸다고 했다.
이와타씨는 21일 온라인 인터뷰를 통해 “동일본 대지진 때 한국에서 많이 지원해줘 고마웠고 한국 친구가 많아 돕고 싶었다”며 “지진 피해가 크다고 들어 물품을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큰 재해를 당한 경험은 없지만 어릴 때 고베 지진으로 대피한 친척을 본 적이 있다”며 “실내에서 두꺼운 옷을 입은 이재민 사진을 보고 따뜻한 것이 필요할 것 같아 핫팩을 보냈다”고 했다. 또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미뤄졌다는 소식도 들었다”라며 “수험생들이 건강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