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48) 아주대병원 교수가 북한 귀순 병사의 수술을 집도하면서 벌어진 논란에 대해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 교수는 22일 브리핑에서 “며칠간 벌어진 일 때문에 병원장이 격노했다”며 “외부에서 굉장히 나쁜 의견이 나왔을 때 신생 외과대는 견딜 힘이 없다. 병원장은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하셨으나 외신기자까지 와있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런 상황까지 온 것에 굉장히 자괴감이 든다. 의사들이 환자들에 대해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의사 전체 영역에서 외과 의사들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전문화된 일에 특화된 사람이다. 말이 말을 낳고, 낳은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말의 잔치가 되어버리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나갈 힘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는 “기자분들께 환자에 대한 정보를 드리지 못해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고 거듭 ‘자괴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면서 “환자를 치료하고 보는 건 이벤트가 아니다. 수술이 끝나자마자 나아지는 건 영화 같은 일이다. 기생충보다 더 큰 문제는 바이러스 감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속 논란과 의혹만 제기돼 어쩔 수 없이 말씀 드린다”며 “저는 중증 외상 환자를 잘 치료해야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중증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을 언급하며 “온 몸이 만신창이 된 북한 군인이 한국에 살면서 기대하는 삶의 모습은 자기가 위험한 일을 당해 다쳤을 때 30분 내로 중증외상센터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병원에 도착하면 골든아워에 치료가 이루어지는 나라다. 그런 곳에서 살기 위해 (남측으로) 넘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의 수술을 집도했다. 이후 지난 15일 1차 브리핑에서 귀순 병사에게 기생충이 발견됐다는 내용 등을 밝혔다. 그러자 일각에서 “환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기생충과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공개돼 병사의 인격에 테러를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환자를 이용해 ‘쇼’를 한다거나 다른 환자를 두고 귀순병의 수술에만 집중한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