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표 못 구한다”던 포항시 공무원 10여명… 어제 귀국

입력 2017-11-22 10:19
(사진=뉴시스) 17일 오후 포항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에서 지진으로 인헤 유리창이 깨지고 외벽이 부서져있다.

포항 지진 하루 전 7박8일간 유럽 여행을 떠난 포항시 공무원 10여명이 참사 6일 뒤인 21일 귀국했다. 현지에서 15일 지진 소식을 듣고 시 관계자로부터 귀국을 종용 받았던 이들은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한 뒤에야 한국 땅을 밟았다.

포항시청 인사팀장과 포항시 공무원노동조합 소속 공무원 등 10여명은 14일 7박8일간 유럽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포항을 떠났다. 15일 포항 지진이 발생한 뒤 오스트리아 빈에서 상황을 통보받은 이들은 “항공권을 구할 수 없다”며 바로 귀국하지 않았다. 결국 유럽에서 남은 일정을 모두 소화한 이들은 지진 발생 약 일주일 뒤인 21일 낮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해당 공무원 10여명의 유럽 여행은 포항시가 노조 격려 차원에서 보내줘 일정 대부분이 관광으로 채워졌다. 1인당 경비도 350~400만원을 호가하는 상품으로 알려졌다.

포항시 자치행정국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지진 당시 직원들이 오스트리아 빈에 있었고 즉시 귀국하도록 했으나 곧바로 연결되는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했다고 연락 받았다”고 전했다. 또 “여행사에서 독일 등 인근 다른 국가의 표도 구하려고 애썼는데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해명했다.

(사진=뉴시스) 17일 오후 포항 북구 흥해읍 한동대학교의 한 건물에 깨진 유리 파편과 부서진 벽돌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하지만 지진 발생 당시 공무원들이 머물렀던 오스트리아 빈에는 인천공항까지 매일 1~2편의 대한항공 항공기가 운항되고 있다. 오스트리아와 국경인 독일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루프트한자 등 다수의 항공사가 매일 인천까지 운항하고 있다. 체코 프라하에서도 인천공항 직항 편이 운항 중이다.

지진 뒤 연일 비상근무 중인 포항시청 공무원들도 이들의 늦어지는 귀국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포항시청 공무원 노조 홈페이지에는 “직원들은 잠 못 자고 있는데 노조는 밖에서 놀고 있느냐” 등의 글들이 올라왔다.

포항시청 한 공무원은 “국가적 재난 사고에 전 직원이 연일 비상근무로 녹초가 돼 있는데 비수기인데도 비행기 표를 못 구했다는 말이 더 화가 난다”고 비판했다.

박세원 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