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많은 ‘워마드’… ‘여혐 저항’ 핑계, 되레 혐오 재생산

입력 2017-11-22 07:26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의 회원들이 김주혁씨의 사고 차량을 보고 조롱하고 있다. 사진=워마크 캡쳐

여성혐오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터넷 여성커뮤니티 워마드(WOMAD)가 오히려 혐오를 무차별적으로 확대 재생산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워마드는 여성이 겪는 혐오와 차별을 남성 중심 사회에 되돌려 주겠다는 ‘미러링 운동’을 표방했지만, 전문가들은 워마드가 개인들에게 경쟁적으로 혐오를 쏟아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청은 20일 호주 경찰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국인 여성 A씨를 호주 다윈 지역에서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워마드에 아동 성추행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체류하고 있는 A씨는 지난 19일 워마드 게시판에 현지 10대 소년을 성추행했다고 고백하며 구체적인 성추행 정황을 담은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소년에게 먹일 수면제를 타는 장면과 잠든 소년을 성추행하는 동영상 장면 등이 포함돼 있었다.

곧 워마드 회원들이 수십개의 댓글을 달았다. ‘나도 참여하고 싶다’ ‘흥분된다’ ‘내 이메일로 동영상을 보내 달라’는 내용의 댓글이 주를 이뤘다. 게시자의 행동을 제지하거나 비난하는 회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여성이 겪는 혐오와 차별을 남성에게 그대로 돌려주겠다는 미러링이 소년 성추행을 자랑하는 데까지 이르고 회원끼리도 이를 지지하다 결국 국제범죄로 치달은 셈이다.

워마드의 미러링은 여성혐오를 고발한다는 당초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만큼 상식을 넘어선 행동으로 비난받고 있다. 지난달 교통사고로 숨진 배우 김주혁(45)씨에게 한국 남자라는 이유로 온갖 모욕적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비슷한 생각과 태도를 가진 이들이 모이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특성도 혐오의 확대 재생산과 왜곡을 부추긴다. 남성들로부터 받은 여성혐오의 경험을 미러링을 통해 비틀어 고백하면 큰 호응을 얻기 때문에 점점 과격한 표현과 경험이 올라온다.

배규한 백석대 청소년학과 석좌교수는 “사이트 성향 자체가 평소 갖고 있던 남성에 대한 보복심리를 드러낸다”며 “사이트에 들어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면 이 심리가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해방이라는 사회적 의미는 사라지고 개인을 향해 다수가 폭력을 가하고 즐기는 모습만 남았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단순히 남성에 대한 저항을 넘어서서 약자에 대한 공격이 강박증처럼 이뤄지고 있다”며 “문제의 근원인 여성혐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약자를 괴롭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