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앵글속세상] 장애인 한마음, 사회 첫걸음… 노들야학의 희망찬가

입력 2017-11-22 07:04
“하나 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한 발씩 같이 내디뎌야 해요” 지난 11일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 경기청소년수련원에서 노들장애인야간학교의 장애인 학생과 교사선생님이 2인 3각 경기를 펼치고 있다. 가을 소풍을 떠난 노들야학 학생들은 운동회에 마냥 신이 났다. 노들야학의 학습 철학은 장애인들의 사회성을 기르는 것이다. 학생들은 2인 3각 경기처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와 함께 걸어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너와 나의 목소리로 세상을 노래하면 언젠가는 이룰 거야 노래보다 좋은 세상….”

꽃다지의 노래 ‘노래보다 좋은 세상’이 노들음악대 수업에서 울려 퍼졌다. 대부분의 학생은 발달장애인으로 정확한 발음이 힘들어 음만 따라 부르는 수준이다.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노들장애인야간학교 교실에선 장애인 학생들이 합창단 연습에 몰두하고 있었다. 이들이 연습한 노래는 같은 달 21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여기, 노란들판입니다’ 축제 때 공연으로 펼쳐졌다.

학생들이 서울 종로구 동숭길에 위치한 노들야학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노들야학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장애인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993년 개교했다. 60여명의 장애인은 월·화요일 사회와 과학, 수학, 영어 등 기초 수업 과목을 배운다. 목요일에는 음악대와 연극반, 미술반 등 참여할 수 있는 과목을 듣는다. 노들야학 교사 김진수(35)씨는 “1 더하기 1이 2라는 사실을 아는 것보다 교육을 통해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들야학은 지식 축적보다 교육을 통한 사회성 발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제24회 노란들판의 꿈' 행사에서 노들야학 학생들이 합창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학생들은 매주 목요일 합창 수업을 통해 틈틈이 공연을 준비해 왔다.

7년 전 시설에서 생활하다 처음 야학에 들어온 발달장애인 김모(40)씨는 행동이 거칠고 사회성도 부족해 집에 혼자 찾아가는 것도 어려워했다. 그러던 그가 야학에 꾸준히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부드러워졌고, 자신감도 생겨 집에 혼자 갈 수 있게 되면서 자립적인 사람으로 변화해갔다. 김 교사는 “장애인들이 멋대로 행동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집에만 있도록 하거나 시설로 보내려 하지만 사회적으로 함께 살려는 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나오게 된 편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뇌병변 1급을 앓고 있는 정수연(37·여)씨는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등교한다. 아버지 종훈(66)씨는 “수연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조화를 이해하게 됐다”며 “서로 대화하고 눈빛을 교환하는 것을 좋아해 노들야학에 계속 보낸다”고 말했다. 아버지 인터뷰 도중에도 다른 학생들이 와서 수연씨의 어깨를 만지며 장난을 쳤고, 수연씨는 활짝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는 오후 5시가 다가오자 한 장애인 학생이 학교 앞에 도착한 장애인 택시에서 내리고 있다(왼쪽 사진). 정종훈씨가 지난 11일 노들야학 운동회에서 딸 수연씨의 휠체어를 밀어주고 있다. 종훈씨의 바람은 딸 수연씨가 부모 없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다(오른쪽 사진).

쌀쌀한 늦가을 수업이 한창인 노들야학은 열기가 후끈했다. 오늘도 장애인 학생들은 야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배운다. 노들야학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집이나 시설에 갇혀 지내던 이들을 사회로 나오게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2인 3각 경기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걸어가는 훈훈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글·사진=최현규 기자 froste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