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무가베(93) 짐바브웨 대통령이 하야 의사를 밝혔다. 무가베 대통령의 37년 장기집권은 막을 내렸다.
짐바브웨 하원은 21일(이하 현지시간) “무가베 대통령으로부터 ‘즉각 사임’을 밝힌 서신을 받았다”며 “이에 따라 탄핵 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외신은 “대통령 탄핵 절차를 진행 중이던 짐바브웨 국회의사당에서 환호성이 터졌다”고 전했다.
집권당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 소속 의원 230명은 지난 20일 밤 의원 총회를 열고 대통령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찬성표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무가베 대통령은 21일 오전 내각 회의를 소집했다. 이로 인해 ‘하야 불가’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국회는 이날 탄핵 절차를 진행하던 중 무가베 대통령의 ‘자진 사퇴’ 입장을 전달받았다.
무가베 대통령은 세계 최고령 국가원수다. 56세였던 1980년 짐바브웨 초대 총리에 올랐고 1987년 개헌을 통해 대통령제를 도입했다.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직함을 바꿨을 뿐 국가원수로서 모든 권한을 행사했다. 그렇게 37년 동안 짐바브웨를 통치했다. 영국으로부터 자주권 탈환에 앞장선 독립운동가지만 장기집권으로 비판을 받았다.
무가베 대통령은 41년 연하의 영부인 그레이스(52)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는 ‘부부세습'을 시도해 탄핵 위기를 자초했다. 스스로 물러나 탄핵의 오명만은 면했다. 펠레케젤라 음포코 제2부통령은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임기는 차기 대통령 선거일까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