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고 기도해 매일 증인 되리라”
보성군 율포해변을 지나 득량만이 시원하게 펼쳐진 바닷가 마을에 찬송소리 드높다. 20일은 보성정원교회 입당예배가 드려지는 날이다. 속바지 속 꼬깃꼬깃한 지폐를 헌금봉투에 담으며 “내 이름을 써줘”하는 할머니의 표정이 어색하다. “이 아주머니는 오늘 처음 교회를 찾아 오셨어요.”안내 집사가 밝은 표정으로 설명한다. 일명 장군마을로도 불리는 보성군 회천면 충의로 마을 예배당에 잔치가 있어 축하하러 온 것이다.
이날 신매우 목사(여수 화평교회)는 ‘자랑의 면류관’ 설교를 통해 “1866년 9월 대동강변에서 피 흘린 토마스 선교사의 27년 삶은 실패한 삶이 아니다. 그가 고향을 떠나 아무도 모르는 땅에서 죽었지만 150년이 지난 지금 6만 여 교회의 시작이 되었다. 2007년 교회를 개척해서 10년 만에 입당예배를 드리는 보성정원교회가 이 지역을 섬기며 이루어 나갈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인천 활석교회 윤철영 목사는 “보석 상자가 귀한 것은 그 안에 보석이 있어서 귀한 것이듯 교회는 그 안에 믿음의 공동체 즉 생명이 있어서 귀하다.”며 “보성정원교회가 이 지역에서 거룩의 꽃 생명의 꽃을 피우시라”고 권면했다. 순천화평교회 강동열 목사는 축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는 삶의 유일한 희망이 된다.”며 예수 믿고 주민 여러분들 모두 행복하길 기원했다.
임재목 목사는 감사인사를 통해 “보성정원교회의 시작은 10년 전으로 돌아간다. 지역 어르신들의 돌봄으로 여기까지 왔다. 장인어른이 교통사고로 거동할 수 없을 때 이곳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 후 10년 만에 장인은 예수 믿고 하늘나라로 가셨다.”며 “이제 아버님처럼 어르신들을 잘 받들고 마을 청년회 활동을 함께하며 마을을 섬기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교회의 밥상공동체를 통해 마을과 함께 하겠습니다.”고 다짐했다.
임재목(55) 목사는 처음 2~3년 장인의 병수발을 하다가 주변 도시로 나가 목회할 계획으로 2005년 이곳에 왔다. 어느 날 아내(백경숙· 50)와 함께 삼나무 숲을 산책하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었다. 아무나 자연 속에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 큰 복이다. 달력이 없어도 사계절이 느껴지고 만져지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감사가 생겨났다. 그러면서 마을을 가꾸고 교회를 세워나갔다. 지역 주민과 협력하고 장애인, 다문화가정, 홀로 사는 노인들을 섬기며 지역에서 인정을 받아가고 있다.
5년 전 신학교 동기인 김용선(53) 목사가 합류하면서 교회의 틀도 잡혀갔다. 김 목사가 말씀으로 성도를 양육했고 영적인 문제를 전담해 주었다. 교회와 황토방 흙집이 건축되면서 마을이 형성되고 있다. ‘믿음과 꿈’ 그리고 두 목사와 성도들의 노동으로 집을 지어나가며 고생도 했지만 이루어진 것 모두가 감사가 되었다. 청년회 활동을 하면서 방치된 바닷가도 정비하고 갯벌 체험장도 만들어 도시인들이 가족 단위로 찾아와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교회가 번듯이 서면서 마을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지역주민과 함께 살면서 진정성으로 다가가기 시작하니 주민들의 교회 발걸음도 잦아졌다.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에베소서 6:2)는 말씀에 은혜 받았다. 처음에는 부모님을 우리가 모시는 것으로 알았는데 어머니 덕분에 우리가 잘되고 있는 것 같다. 장인의 교통사고 간병을 위해 무작정 내려왔지만 그런 환경으로 사역의 방향이 정해졌다. 부모님 덕분에 어르신들을 섬길 수 있고, 시간 될 때마다 병원과 요양원을 다니며 복음 전할 수 있게 되었다. 모이는 교회가 중요한 것처럼 찾아가 섬기는 교회의 사역이 절실 한 때이다. 임 목사는 “기독교가 무엇인지 모르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내가 사는 것을 보고 하나님은 복 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순천=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