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문화 고부열전’이 시청자들로부터 공분을 샀다. 외국인 며느리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는 시댁의 모습 뿐 아니라, 시어머니 중심적인 내레이션 때문이다.
‘다문화 고부열전’ 제작진은 지난 16일 ‘며느리의 결혼조건때문에 괴로운 시어머니’ 편을 방영했다. 3년 전 베트남에서 시집 온 탄니(21) 씨와 시모 곽정희(61) 씨 사이의 갈등을 다뤘다.
탄니 씨는 남편 이유성(38) 씨의 적극적인 구애에 결혼 조건을 걸고 결혼했다고 밝혔다. 매달 부모님에게 부칠 용돈을 줄 것, 처갓집을 새로 지어줄 것, 한국에서 대학을 보내줄 것 등이었다. 당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탄니 씨에겐 이 결혼이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것이라고 여겨졌다. 유성 씨의 약속을 받아낸 탄니 씨는 열아홉의 나이에 일가친척 하나 없는 한국땅에 발을 디뎠다.
하지만 용돈을 받은 건 결혼한 지 6개월이 됐을 때까지 뿐이었다. 처가의 집은 여전히 빗물이 새는 집 그대로였고, 대학을 보내주겠다던 남편은 “형편이 되지 않는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부모님에게 보낼 돈을 벌기 위해 공장에서 일을 하겠다고 해도, 시가는 강하게 반대만 할 뿐 용돈을 주지 않았다. 특히 탄니 씨의 시어머니 정희 씨는 “아들을 생각해라” “병원비만 더 나올텐데 뭐하러 일을 하러 나가냐”며 완강히 반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갈등을 좁히지 못한 고부는 탄니 씨의 친정을 찾았다. 탄니 씨의 집은 곳곳에서 물이 새고, 벽이 갈라져 있고, 바닥의 높낮이가 맞지 않는 등 보수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정희 씨는 “이 정도면 살 만 한 거 아니냐” “집을 다시 지을 정돈 아니지 않냐” “집이 이상해 보이는 건 네 자격지심이지, 내가 보기엔 예술적으로 붙여놓은 거다”라고 말하는 등 무심한 태도로 일관했다.
방송 말미에는 정희 씨도 탄니 씨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집 보수를 돕고 함께 산책을 하는 등 탄니 씨와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분노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6일 방송이 나간 이후 시청자 게시판 및 해당 영상의 댓글창에는 아직도 탄니 씨의 시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어린 나이에 남편과의 약속만 믿고 시집 온 탄니 씨를 속였다며 “사기 결혼”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승원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