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청년고용 한파·짧은 근속기간…고용시장의 어두운 그림자

입력 2017-11-21 17:18

일자리가 양적으로는 늘고 있지만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청년일자리 부족, 짧은 근속기간, 턱없이 낮은 임금 등이 일자리 환경을 위협하는 3대 요소로 지목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남성과 여성 간의 임금 격차도 여전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6년 기준 일자리 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국내 일자리는 2323만개로 전년(2301만개)보다 22만개(0.9%) 증가했다. 이 가운데 임금근로 일자리가 1912만개(82.3%)였고, 비임금근로 일자리는 411만개(17.7%)로 집계됐다. 기업 생성이나 사업확장으로 생긴 신규일자리(361만개)가 기업 소멸 및 사업축소로 사라진 일자리(339만개)보다 많았다.

외형적 수치만 보면 국내 일자리 환경은 분명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며 급속히 늘어난 비정규직, 저임금노동 영향이 곳곳에 눈에 띈다.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된 청년고용의 그림자도 재차 확인됐다.



◇ 월급쟁이 3명 중 1명은 월 150만원도 못받아

양질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최대 난관은 낮은 임금수준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임금을 받는 월급쟁이 1912만명 가운데 32.9%(85만원 미만 16.4%, 85만~150만원 미만 16.5%)가 월소득이 150만원을 밑돌았다. 범위를 월 250만원 미만 구간으로 넓히면 월급쟁이 58.5%가 연봉 30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통계청이 이번 조사에서 세전소득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급쟁이들의 실제 체감액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임금근로자의 중위소득(전체 임금근로자 소득을 순서대로 배열했을 때 중간값)은 209만원에 그쳤다. 임금근로자 월평균소득(281만원)과는 72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일부 고소득자의 소득 때문에 평균값이 높아지는 착시현상이 심하다는 의미다.

소득 양극화 현상도 재확인됐다.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이 474만원인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소득은 224만원에 불과했다. 통상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60%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통계에서는 중소기업 임금 상황이 훨씬 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양극화 현상도 뚜렷했다. 남성 근로자 평균소득은 327만원이었지만 여성 근로자 평균소득은 209만원에 그쳤다.


◇계속되는 청년고용 한파…50대 이상 일자리만 늘어

일자리 2323만개 가운데 29세 이하 일자리는 355만개(15.3%)에 불과했다. 2015년(358만개, 15.5%)에 비해 일자리 양과 비중이 모두 감소했다. 반면 50대(16만개)와 60대 이상(28만개) 일자리는 전년보다 크게 증가했다. 2015년 대비 2016년 근로자 연령별 비중을 보면 40대 이하 근로자 비중은 하락한 반면 50대(22.4%→22.9%)와 60대 이상(11.3%→12.4%) 비중은 증가했다.

청년층의 경우 취업을 하더라도 같은 자리에서 계속 일하는 비중이 낮다.30~50대 지속일자리 비중이 70% 이상인 반면, 20대(48.8%)와 19세 이하(12.0%)의 경우 지속일자리 비중이 크게 떨어졌다.


◇근속기간 3년 미만이 절반 이상…불안정한 일자리 환경

고용안정성을 의미하는 근속기간도 문제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됐지만 같은 직장에서 3년도 채 일하지 않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다.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가 693만개(29.8%)로 가장 많았고, 1~3년 미만(26.2%), 5~10년 미만(13.9%) 순이었다. 근속 20년 이상은 7.0%에 불과했다.

짧은 근속기간은 저임금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근속기간 1년 미만 근로자의 월평균소득은 166만원이고, 54.3%는 월급이 150만원을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중소기업을 다니는 29세 이하 근로자의 평균소득(147만원)과 거의 비슷하다. 비정규직이거나 중소기업 저연차 근로자 임금 수준이 열악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면 근속기간이 길어질수록 소득도 늘어났다. 근속 20년 이상 근로자 월평균소득은 647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을 다니는 50대 근로자 평균소득(63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