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알려진 이른바 RO(지하혁명조직) 회합에 참석해 혁명 동지가를 제창하거나 개인적으로 이적 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된 옛 통합진보당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단순 참가자들에겐 무죄가 선고됐다.
21일 수원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김정민)는 2013년 5월 12일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마리스타교육수사회에서 열린 비밀회합에 참석해 혁명동지가를 제창하거나, 개인 노트북 등에 이적 표현물을 소지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된 홍모(43)씨 등 3명에게 징역형과 자격정지를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홍씨에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김모(45·여)씨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안모(38·여)씨에겐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제창한 혁명동지가는 상식적으로 끝까지 따라 부르기 힘들 정도로 반국가적"이라며 "피고인들이 단순 의례적인 목적으로 제창했다 하더라도 참석자들의 혁명 의식을 고취시켜 미필적으로나마 자유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하려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이적 표현물 소지 혐의에 대해선 취득 경위를 알수 없거나 직접 점유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은 무죄를 선고하되, 점유가 확인된 것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며 "이미 확정 판결이 나온 다른 사건 관련자와의 관계, 처벌의 균형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재판부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최모(47)씨 등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 등은 비밀회합에 참석해 한반도전쟁 발발 시 국가기간시설 파괴 등을 논의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당시 회합에 단순히 참석했다는 사실만으론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고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침해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시 회합엔 130여명이 참석했는데, 모두가 강연자였던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반국가적인 주장과 입장이 합치된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현재 제출된 증거를 문맥상으로만 읽어선 상식적으로 피고인들이 이석기에 동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일부 발언은 강연자인 이석기의 주장에 대한 반론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이 회합 이전에 평소 세포모임을 갖거나 사상학습을 했다는 증거도 없다"며 "회합 단순 참석자로 보이는 최씨 등의 범죄의 증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선고 직후 최씨 등의 변호인은 "단순 참석자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인정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노래(혁명동지가) 한 곡 불렀다는 이유로 죄를 물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안씨 등이 신청한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 1항과 5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해선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의 입법 취지와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 현실 등에 비춰볼 때 현저히 부당한 문제점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