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선의가 얼마나 도움이 될까 의문을 품은 적이 있습니다. 괜한 ‘오바’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일도 많았겠지요. 그러나 작은 행동은 크나큰 힘을 가졌다는 걸 여중생 3명에게서 오늘 한 번 더 배웁니다.
시간은 6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실시간대구’ 홈페이지에 익명의 제보자가 남긴 글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박소원씨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봉변을 당했습니다. 손님에게 욕을 들어야했죠. 여성을 비하하는 욕에 소원씨는 놀랐고, 주저 앉아 한참을 울었다고 하네요. 가게에는 여학생 3명이 앉아있었다고 했는데요. 학생들은 알바생 언니가 당한 일을 보고 가게를 빠져나갔습니다. 그러나 이내 가게로 다시 돌아왔고, 알바생 언니에게 검은색 비닐봉지를 건넸습니다. 그 안에는 커피와 초콜릿, 그리고 쪽지가 담겼습니다. ‘언니 기운 내세요’라는 별것 아닌 말이 적힌 쪽지에 박소원씨는 오열했다고 합니다. 제가 소원씨였더라도 울었을 것 같습니다. 반대로 그 알바생 언니를 본 사람이 저였다면 중학생처럼 행동했을 수 있었을지 스스로 묻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박소원씨가 6월26일 실시간대구에 직접 제보한 내용입니다.
오늘 X동 뚜레쥬르에서 진상손님이 저한테 쌍욕을하고 가서 한참을 울었는데 진상손님이 오기전부터 의자에 앉아있던 학생3명이 우는걸보고 어디나가더니 다시들아와서 간식거리를 건내주고가네요ㅠㅠ
그때 우느라 정신이없었는데 고맙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세상나쁜사람 많지만 이만큼 좋은사람도 많은것 같아요! 낯선사람한테 위로받았네요. 혹시나 당사자가 나온다면 밥이라도 사주고싶어요!
작은 선행을 베푼 여중생 김아름, 김은혜, 이지우양은 선행이 칭찬받아야 하는 일인가 하는 의문을 품었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너무 얼떨떨했고 그렇게까지 칭찬받을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고 감사하다고 느꼈어요.”
여중생에게 받은 쪽지를 아직도 책상에 붙여놓았다는 박소원 씨는 "낯선 사람에게 위로 받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학생들이 너무 고맙고 예뻤다"고 말했습니다.
미담의 주인공들은 조만간 고가의 패딩을 한 벌씩 선물 받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스포츠브랜드 네파가 추운 겨울이 돌아오면 진행하는 '따뜻한 세상' 캠페인(따뜻한 패딩을 드립니다)의 미담 주인공으로 선정됐기 때문입니다. 추운 겨울 우리의 마음을 덮여줄 선행 주인공은 바로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작은 선행의 힘을 믿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