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과의 약용식물 천마(天麻) 추출물이 상처치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은 내분비내과 이은직(사진) 교수 연구팀이 최근 천마 추출물 ‘4-HBA’를 상처를 입은 실험용 마우스에게 시험 사용하는 실험을 통해 상처가 빠르게 낫는 것을 확인, 국제 학술지에 보고했다고 21일 밝혔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천마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 기생식물로, 참나무 종류의 썩은 그루터기에 붙어산다. 굵고 긴 덩이줄기를 가지고 있으며 덩이줄기로부터 높이 1m쯤 되는 줄기가 자라난다.
줄기의 빛깔은 주황빛이고 전혀 잎을 가지고 있지 않다. 꽃은 줄기 끝에 곧게 선 이삭 꼴로 모여 핀다. 3장의 꽃잎이 서로 달라붙어 불룩한 단지모양을 이루는데 주둥이 부분은 세 개로 갈라져 있다. 꽃의 길이는 2㎝ 안팎이고 빛깔은 노랗다.
옛날 예쁘고 총명한 효녀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갑자기 반신마비가 되어 정성껏 치료를 했으나 차도가 없자 딸이 치성을 드리게 되었다. 그때 산신령이 나타나 “산꼭대기에 올라가면 하늘에서 떨어진 약초가 있으니 그것으로 치료하면 되는데 산이 매우 험하므로 청년에게 부탁할 것이며 반드시 그 청년과 결혼을 하라”고 일러주었다.
많은 청년이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오직 한 청년이 그 약초를 구해다 주어 어머니를 치료하게 되었고 약속대로 그 청년과 결혼하게 됐다. 그리고 그 약초 이름을 하늘에서 떨어져 마목(麻木: 마비가 되는 증상)을 치료하게 됐다는 뜻으로 천마(天麻)라 명명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런 천마 추출물 4-HBA와 더불어 혈소판유래증식인자인 PDGF-BB를 피부에 긁힌 상처가 있는 실험 쥐에게 투여한 후 12시간, 24시간, 30시간 마다 어떤 변화가 생체 안에서 일어나는지 추적 관찰했다.
천마 추출물 4-HBA와 함께 투여한 PDGF-BB는 상처 치유와 당뇨성 족부궤양증 치료에 많이 사용해온 물질이다.
연구 결과, 4-HBA 물질로 처리된 상처는 PDGF-BB 처리군 만큼 상처 폐쇄가 빠르게 진행돼 상처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케라틴 세포의 이동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HBA가 케라틴 형성 세포의 이동 촉진 및 혈관형성을 촉진해 상처 치유 효과를 발휘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실제로 4-HBA는 PDGF-BB와 같이 사용할 때 상처 치유 작용이 배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천마 추출물의 상처 치유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 쥐12마리를 위약효과 그룹(Placebo), 4-HBA 그룹, PDGF 그룹, 4-HBA+PDGF 그룹 등 4그룹을 나누고 각 그룹에 3마리씩 배정했다. 이어 실험쥐들의 피부에 10㎜ 크기의 원형 상처를 낸 후, 연구대상 약물을 투약했다.
그 결과 약물 투약 그룹은 위약그룹보다 상처치유효과가 확연히 드러났다. 특히 4-HBA 물질과 PDGF-BB의 병용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상처치유 효과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측정 3, 6, 9일차 모두 위약효과 그룹에 비해 확실한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그만큼 새로운 상처치유 촉진제로서 개발할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이은직 교수는“가격이 비싼 상처치유 촉진 신약 물질에 비해 4-HBA는 천연물 유래 단일물질이라 저렴한 가격으로 용이하게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식물 주성분 중 한 가지라 비교적 낮은 독성을 보유했을 것으로 추측되며, 앞으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자연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