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행감)를 진행 중인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일부 의원이 특정 학교의 교내 성폭행 사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학교명은 물론 사건 발생 시기, 가해 학생 처벌 내용까지 거론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규정 위반 가능성은 물론 성폭행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
21일 충북도의회와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도교육청에서 열린 A학교법인 행감에서 B의원은 "2013년 학교 기숙사 내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 사건과 동성 간 성폭행 사건 조치 결과를 달라"고 요구했다.
A법인 관계자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머뭇거리자 B의원은 다시 "학교 기숙사에서 남학생 사이에 항문 성폭행이 발생했지만 (법인은)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하지 않았다"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결국 가해자가 자퇴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학교 측의 사후조치는 적절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날 B의원의 발언은 A법인이 운영하는 C중학교를 겨냥한 것이었으나 도교육청 관계자가 "동성 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학교는 C중학교가 아니라 같은 법인의 D고교"라고 정정해 주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B의원과 수감 기관 관계자들의 '부적절한' 문답을 통해 인터넷 등으로 이날 행감을 지켜본 이들은 2013년에 D고교에서 동성 간 성폭행 사건이 있었고, 가해 학생은 자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셈이다.
특히 A법인이 운영 중인 고교의 실명을 적시한데다 사건 발생 시기와 가해자에 대한 조치까지 공개되면서 피해 학생 또한 어렵지 않게 추정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법인 관계자는 "학생 성폭력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속기록 삭제 등 후속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B의원은 행감 자료를 요구하면서 'C중학교의 성폭력 사건 조치 내역'을 요구했었으나 도교육청은 같은 법인 소속의 D고교 성폭행 사건 자료를 B의원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도의원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고, 피해자와 가해자 이름 등은 블라인드 처리해 자료를 제공했다"며 "C중학교에 관한 자료 요구였는데 D고교 자료를 제출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해명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