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으로 공식 임명되면서 여야 입장이 엇갈렸다. 홍 장관 임명을 반대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야3당은 “협치 포기 선언”이라며 향후 정부여당과의 대치 정국을 예고했고, 여당은 “당연한 결정”이라며 반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임명장 수여식을 열고 홍 후보자를 중기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196일 만으로, 역대 가장 늦은 1기 내각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까지 국회에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요청했지만 정의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홍 장관 임명을 “당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간 제기됐던 의혹이 인사청문회에서 해소됐다”며 “후보자의 능력과 자질이 충분히 검증된 것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인사가 정쟁의 수단으로 비화해 민생예산과 입법국회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없기를 야당에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홍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야권의 반발이 거세다. 이로 인해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운영 등 청와대의 협치 구상은 당분간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신임 헌법재판소장과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내년 개헌 논의에 비협조적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커졌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홍 장관 임명을 ‘오기 정치’라며 비난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홍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것은 중소기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부동산 절세 기술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덕성 측면에서 부적격자라는 판정을 국민이 내린 데 따른 것”이라며 “야당과 언론도 강력히 반대하는 후보자에 대한 임명강행은 문재인 정부의 오기 정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국에서 협조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후 정치적 문제에 대한 책임은 문 대통령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다”며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인사참사에 사과조차 하지 않는 청와대의 행태”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청와대의 홍 장관 임명을 “홍종학을 탐하다 더 큰 민심을 잃는 잘못된 선택인 ‘홍탐대실(洪貪大失)’”이라고 비판했다. 양순필 국민의당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같이 밝힌 뒤 “홍탐대실로 조각의 마지막 단추마저 잘못 끼우다니 실로 안타깝고 허탈하다”며 “임명을 반대하는 국민들이 무엇을 비판하고 무엇 때문에 분노하는지 철저히 외면하고 무시한 독선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겨냥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청와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대한 여당 의원들의 비판이 사라졌다”며 “자신들이 그토록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라고 비판한 과거 여당의 구태적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