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판정에도… 포항 주민들 “눈으로 보고 괜찮다? 우째 돌아가겠노”

입력 2017-11-21 07:12
20일 오후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만서세화 1차 아파트 내부에서 한 주민이 가스배관 뒤쪽의 아파트 주방 벽이 뒤틀리면서 금이 가 있는 모습을 가리키고 있다((3)). 아파트 내부의 벽 이곳저곳에는 금이 가 벽지가 찢어져 있었고((1)), 외부 벽체도 창문 주위를 중심으로 곳곳에 금이 가 있었다((2)).

“육안으로 진단한 점검만 믿고 어떻게 다시 집에 들어가서 편히 잘 수 있겠습니까?”

포항시가 육안으로 점검한 일부 공동주택 이재민들에게 입주를 통보해 해당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15∼18일 실시한 공동주택 안전점검 결과 흥해읍 만서세화 1차 아파트 등 10개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입주해도 된다고 19일 오후 통보했다. 하지만 해당 주민들은 “본인이면 들어갈 수 있겠느냐”며 반발했다. 사용 가능하다고 통보된 아파트 상당수는 지진 진앙에서 직선거리로 1∼2㎞ 안에 있다.

이재민 임시거처인 흥해공업고등학교 체육관에서 20일 만난 이미숙(56·여)씨는 “어제 ‘철골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규모 3.0 정도 지진에는 버틸 수 있기 때문에 귀가해도 된다’고 포항시로부터 통보받았다”면서 “정밀진단도 안 했고 여진으로 건물에 금이 가 있는데 어떻게 귀가 조치시킬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 등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 해당 아파트를 찾아가 봤다. 이씨가 살고 있는 만서세화 아파트는 5층 규모로 1동과 2동을 나누어 총 105가구가 살고 있다.

임시거처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인 아파트의 바닥과 옥상에는 2∼3m의 금이 군데군데 드러났다. 담벼락 일부는 무너져 있었다. 주민들은 “1동 입구 쪽은 육안으로 봐도 기울어 있다”고 했는데 기자의 눈으로 봐도 기울어 있는 듯했다.

이씨의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외관보다 더 심각했다. 거미줄 같은 금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두 번째로 방문한 집 내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화장실 타일은 대부분 떨어졌고 방 곳곳에도 금이 가 있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주민은 “떨어진 화장실 타일은 다시 공사를 하면 되지만 방과 거실 곳곳에 시멘트가 떨어질 정도로 금이 가 있어 다시 들어가기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아파트 통로와 층과 층 사이를 잇는 계단 등에도 금이 곳곳에 가 있었다.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피해는 더 심하게 보였다. 특히 현관 입구 벽면이 뒤틀린 곳이 많았고 위층에는 현관이 내려앉아 문을 열기 어려운 집이 대다수였다.

1동에 비해 외관으로는 나아 보였던 2동도 아파트 내부는 마찬가지였다. 2동 주민 김갑순(64·여)씨는 “어제오늘 여진으로 아파트 균열이 더 깊어졌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어제 오후 들어가도 된다고 해서 집에 들어갔는데 여진 때문에 지난밤 뜬눈으로 보냈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편하게 잠을 잘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진 발생 후 엿새가 지났지만 피해 조사는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만서세화 아파트 인근에 있는 만서 5차 아파트의 경우 아파트 외벽 밑부분 곳곳에 10㎝가량이나 되는 틈이 벌어져 있다. 옥상 구조물도 바닥으로 떨어져 널브러져 있지만 아직 안전점검이 되지 않았다. 이재민들은 안전진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재민 손병도(61)씨는 “빨리 안전진단과 조치가 이뤄져 주민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글·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