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못 찾아줘 정말 미안해. 엄청 좋은 곳으로 보내줘야 하는데…이렇게 시신도 못 찾고 장례를 치러서 미안, 정말 미안해.”
20일 새벽 경기도 안산 제일장례식장. 단원고 고 양승진 교사의 아내는 오열했다. 사고현장에서 남편의 유해는 물론 유품조차 발견되지 않아 관에는 생전에 남편이 학교에서 쓰던 물품과 옷가지, 고인에게 보내는 가족들의 편지 등이 담겼다. 유해 없는 관이 운구차량에 실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아내는 끊임없이 울부짖었다.
이날 오전 6시 제일장례식장에서는 양 교사와 고 박영인·남현철 학생 3명의 발인이 거행됐다. 유가족과 학생, 시민들은 깊은 슬픔 속에서 고인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유해가 담기지 못한 관은 선체 수색과정에서 발견된 가방과 옷 등 유품들로 대신 채워졌다.
이들을 싣고 장례식장을 떠난 차량은 오전 8시45분쯤 수원시 수원연화장에 도착했다. 화장은 유품을 태워 유골함에 담아 안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양 교사의 영정과 관이 화장장 입구에 위치하자 유족 등은 또다시 오열했다. 양 교사의 노모는 “승진아, 우리 아들 승진아”라며 연신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박군과 남군의 관에는 각각 교복과 학생증, 운동복이 든 가방과 목걸이 속옷 지갑 등이 담긴 가방이 담겨 있었다. 박군의 부모는 고개 숙인 채 눈물만 흘렸다. 남군의 부모는 관이 화장장 안으로 들어가자 힘없이 주저앉았다.
1시간 넘게 진행된 화장이 끝난 뒤 유품을 태운 재가 유골함에 담겨 나왔다. 너무나 길고도 고통스러웠던 수학여행이 마침내 끝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는 오전 6시30분 권재근·혁규 부자의 발인이 진행됐다. 미수습자 5명에 대한 장례식은 안산과 서울에서 엄숙히 치러졌고 이들의 유품을 태운 재는 평택 서호공원에 안치됐다. 이로써 세월호 참사 1314일 만에 앞서 수습된 299명을 포함한 총 304명의 희생자에 대한 장례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앞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난 18일 목포신항을 떠나며 “뼈 한 조각이라도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으로 여기까지 왔다”며 “선체 수색이 마무리돼가고 있는 지금 비통하고 힘들지만 가족을 가슴에 묻기로 했다”고 3년 넘었던 기다림의 시간을 정리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