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노부모 사망․실종 사건 유력 용의자 딸과 교주 구속

입력 2017-11-21 06:04

경기도 가평 노부모 사망‧실종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딸과 교주가 구속됐다.

의정부지법 나우상 영장전담 판사는 20일 노부모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딸 A씨(43)와 이를 도운 종교인 B씨(63.여)에 대해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각각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지난 11일 오전 경기 가평군 북한강변 경강교 아래 A씨의 부친 C씨(83)와 모친 D(77)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미국으로 이민을 가 30년 간 살았던 A씨 가족은 3년 전 한국으로 돌아와 2016년 1월부터 가평의 한 빌라에 살았다. A씨의 아버지 C씨는 지난 11일 오후 7시20분쯤 A씨와 함께 승합차를 타고 외출한 뒤 하루 만인 12일 오후 3시쯤 가평군 북한강 다리 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C씨의 사망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그러나 C씨의 몸에선 별다른 외상은 발견되진 않았다. 사인은 익사(물에 빠져 사망)로 판정됐다.

A씨의 어머니 D씨도 같은 날 오후 9시40분쯤 A씨와 함께 집을 나선 뒤 열흘째 실종 상태다. 경찰은 노부모를 차에 태운 딸 A씨와 당시 차에 함께 있던 B씨를 존속 유기 및 유기 혐의로 붙잡았다.

경찰은 처음 시신을 발견했을 때만해도 딸을 의심하지 않았다. C씨가 뜻밖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 경찰은 시신을 인도하기 위해 딸인 A씨에게 연락 했다. A씨는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가 함께 손을 잡고 놀러 갔다”고 진술했었다.

부모가 집을 나가 열락이 두절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A씨가 실종신고도 하지 않았다는 점과 부친의 사망 소식에도 놀라지 않은 점 등을 의아하게 생각한 경찰은 A씨를 은밀히 조사했다. 경찰은 집 주변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한 결과 부모가 함께 손을 잡고 외출했다던 C씨 부부는 같은 날 다른 시간에 딸과 함께 봉고차에 타고 집을 나서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후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버지가 경치 좋고 공기 좋은 곳, 조용한 곳에 내려달라고 했고 어머니도 아버지와 같은 곳에 내려달라고 해서 차에 태워 북한강에 내려준 것”이라고 진술했다. 당시 차에 함께 있었던 B씨도 “평소 C씨 부부가 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현재 실종된 A씨의 어머니를 찾기 위해 북한강변 일대를 수색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물론 함께 살고 있는 다른 가족 3명도 ‘모른다’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데다 주변 인물들도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