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화제] 추수감사절에 미국 주택가 휘젓는 야생 칠면조 골치

입력 2017-11-21 04:59
샌프란시스코 주택가의 야생 칠면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홈페이지

미국인들은 해마다 추수감사절에 가족과 함께 칠면조 요리를 해 먹는 전통이 있다. 칠면조는 감사의 의미와 함께 가족의 사랑을 상장한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스시코 해변 지역 주민들은 떼로 몰려다니는 야생 칠면조 때문에 때아닌 골치를 앓고 있다.

샌프란스시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최근 들어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난 야생 칠면조들은 도심까지 침범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미국 서부를 강타한 가뭄으로 인해 먹이와 물이 부족한 데다 천적들을 피할 피난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주택가의 야생 칠면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홈페이지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간다. 칠면조들은 아무데서나 ‘배설’을 하고, 잘 꾸며진 정원을 망치고, 스크린 도어와 지붕 타일도 망가뜨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야생식물 협회 댄 글루센캄프 이사는 “20파운드(약 9㎏)나 되는 야생 칠면조들은 벤츠 신차에 올라가 전면 유리에 비친 모습을 감상하면서 차에 상처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주택가의 야생 칠면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홈페이지

최근 칠면조 20여 마리의 습격을 받았다는 앤서니 블랙번은 “아내는 칠면조 뒤를 따라다니며 청소하기 바쁘다”면서 “여기 저기 쪼고 다니고 때로는 편안하게 낮잠까지 즐기고, 수컷은 암컷의 관심을 사기 위해 꼬리를 펴기도 한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주택가의 야생 칠면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홈페이지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야생 칠면조의 개체 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10여년 전 약 25만 마리가 캘리포니아주 전역에 분포해 있다는 통계가 있을 뿐이다.

샌프란시스코 주택가의 야생 칠면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홈페이지

주민들은 자포자기 상태다. 콩코드 지역에 사는 달린 데본 안드레이드는 “주민들은 이제 칠면조 떼를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운전할 때는 항상 조심하고 거리나 집 뜰에 맘대로 돌아다니도록 놔둔다”고 전했다. 일부는 칠면조들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스프링클러나 확성기를 이용하고 있다. 이도 안 되면 ‘사냥 면허’를 얻을 수밖에 없다. 콘트라 코스타 카운티의 경우 1년에 약 60건의 사냥 면허를 내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택가의 야생 칠면조.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홈페이지

환경운동가들은 야생 칠면조 개체 수의 폭증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글루센캄프 이사는 “칠면조들은 20~30마리씩 떼 지어 다니며 닥치는 대로 휘젓고 있다”면서 “벌레와 도롱뇽, 도마뱀, 뱀, 호두, 도토리, 메추리 알 등 안 먹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칠면조들을 보는 건 즐겁지만 너무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