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때 없었던 ‘개별 텐트’… 닷새 만에 포항에 등장

입력 2017-11-20 17:36 수정 2017-11-20 17:50
19일 오후 흥해실내체육관에 이재민을 위한 가족용 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지진 피해 이재민들을 위한 개별 텐트가 설치됐다. 지진 발생 닷새 만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 오전 6시 기준 포항 지진 피해 이재민은 1099명으로 집계됐다. 이재민들은 학교 체육관 등 총 9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흥해체육관에 머물던 이재민 850여명은 지난 19일 텐트 설치 작업을 위해 전날 흥해공고와 남산초로 분산 수용됐다. 이중 장기간 대피소에 머물러야 할 이재민들이 20일 오후 흥해체육관으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다.

1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흥해시민체육관에서 지진으로 대피한 이재민들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국민일보DB

포항시에서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시설은 흥해체육관이 유일하다. 포항시는 텐트를 설치하기 전 바닥청소, 화장실 청소 및 소독을 실시하고 주변 지역에 방역을 완료했다. 대피소 바닥에는 온열 매트를 깔았다. 텐트가 없거나 설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칸막이라도 쳐 사생활을 보호하기로 했다. 장기·단기 거주자를 파악해 명찰을 배부하고 명찰이 없으면 대피소 출입을 통제하고 구호품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19일 오후 흥해실내체육관에 이재민을 위한 가족용 텐트를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흥해체육관에 빼곡히 들어선 텐트는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실내체육관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세월호 참사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체육관에서 사생활이 완전히 노출된 채 7개월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당시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장기간 칸막이도 없이 노출된 공간에서 야간 조명에 노출되는 시간이 지속된다면 가족의 심신은 더욱 지쳐가고 건강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지만 체육관 내부에 텐트는 설치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던 진도실내체육관 풍경. 국민일보 DB

흥해체육관 역시 초기에 100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대피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재민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열악한 샤워 시설과 추운 날씨, 무엇보다 사생활 보호가 시급했다. 이에 지난 18일 경북 포항시 북구 양덕동 기쁨의교회가 먼저 이재민들이 사용할 개인용 칸막이를 설치하기도 했다.

경북 포항시 기쁨의교회에 설치된 가족용 텐트. 뉴시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포항시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지정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한 것은 지난 7월 폭우로 큰 피해를 입은 충북 지역(청주·괴산·천안)에 선포한 뒤 4개월여만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신속한 피해복구와 함께 입시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