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은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한반도 관측 사상 두 번째였던 리히터 규모 5.4의 지진이 지난 15일 발생한 뒤 닷새 동안 58회의 여진이 이어졌다. 모두 첫 지진이 발생한 포항 북구 북쪽 9㎞ 주변에서다. 20일 오전 6시5분 규모 3.6의 여진이 다시 한 번 이곳을 흔들었다.
1. 여진이란 무엇인가
여진은 강력한 지진 이후의 흔들림을 말한다. 지진으로 변형된 판의 경계를 적응하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발산되는 지각현상이다. 규모는 첫 지진보다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지만 피해지역 주민의 공포감을 키우고 복구 작업을 지연한다. 여진이 첫 지진보다 큰 규모로 찾아오면 새로운 지진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이 경우 첫 지진은 전진으로 재인식된다. 여진은 한반도 관측 사상 가장 강력했던 경북 경주 지진(규모 5.8)처럼 1년 넘게 이어질 수 있다.
2. 경주 지진 이후 8일의 분석
경주는 지난해 9월 12일 밤 규모 5.0대 지진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 기상청이 가장 먼저 감지한 지진은 오후 7시44분 경주 남남서쪽 8.2㎞ 지점을 강타한 규모 5.1의 진동이었다. 이것만으로 충분히 강력했지만 전조에 불과했다. 그 이후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2.0~3.0대 여진이 13차례나 찾아왔다.
그리고 오후 8시32분 경주 남남서쪽 8.7㎞ 지점을 흔든 16번째 지진에서 규모 5.8이 측정됐다. 한반도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 규모 5.0대 지진은 다소 허름한 건물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규모 5.8은 발생 지점에서 160㎞ 떨어진 곳의 건물까지 파괴할 수 있는 규모 6.0과 맞먹는 수준이다. 경주 도심은 초토화됐다.
문제는 여진에 있었다.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뒤부터 자정 직전까지 3시간30여분 동안 2.0~3.0대 여진이 36차례나 발생했다. 최대 규모는 3.6이었다. 자정을 넘어서도 여진은 계속됐다. 경주시민들은 밤새도록 창문과 벽이 흔들리는 여진의 공포를 견뎌야 했다. 여진은 시간이 흐를수록 잦아들 뿐 끝날 줄을 몰랐다.
경주 지진 발생일로부터 8일 뒤까지 발생한 날짜별 여진은 ▲13일 46회(규모 3.0·이하 괄호 안은 최대치) ▲14일 8회(규모 3.0) ▲15일 3회(규모 2.7) ▲16일 6회(규모 2.3) ▲17일 2회(규모 2.1) ▲18일 2회(규모 2.4) ▲19일 3회(규모 4.5) ▲20일 2회(규모 2.4)였다.
규모 5.8이 관측된 뒤부터 20일 자정까지 8일 동안 경주에서 발생한 여진은 모두 108회였다. 특히 첫 지진 발생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인 같은 달 19일 오후 8시33분 경주 남남서쪽 11㎞ 지점에서는 규모 4.5의 강력한 여진이 감지됐다. 1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집계된 여진은 600회 이상이다.
3. 여진 유형이 다른 포항 지진… 수능일 안전은?
지난 15일 오후 2시29분 포항 북구 북쪽 9㎞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은 한반도 관측 사상 두 번째로 강력했다. 더욱이 포항 지진 발생일은 수능 시험일 하루 전이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같은 날 밤 8시20분쯤 수능 일주일 연기를 발표했다. 수험생의 불안감과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 하루 전날 밤 시험일 변경을 감행할 정도로 여진의 공포가 컸다. 시험일은 포항 지진 8일 뒤인 오는 23일이다.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날 자정까지 15일 하루 동안 감지된 여진은 모두 33회. 그 중 오후 4시49분 발생한 여진의 규모는 4.3이었다. 여진은 ▲16일 16회(규모 3.6·이하 괄호 안은 최대치) ▲17일 3회(규모 2.6) ▲18일 0회 ▲19일 5회(규모 3.5) 발생했다. 20일 새벽밥을 먹기 전에는 규모 3.6이 관측됐다. 경주 여진보다 발생 빈도가 줄었지만 최대치만 놓고 보면 규모는 커진 셈이다.
포항 여진은 경주의 사례와 조금 다른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다. 진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점, 갈수록 횟수가 줄어드는 점을 제외하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다. 하루를 건너뛴 경우도 있었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진이 감소세지만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여진의 빈도와 유형은 파도와 같다. 잠시 잦아드는 듯 보여도 다시 크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불특정성은 포항시민, 특히 이 지역 수험생들의 불안감을 키운다. 정부는 무엇보다 수능일 여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교육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원에서 가까운 포항 북부 4개 학교 시험장을 남부 학교 4곳으로 대체했다”며 “영천·경산 등 포항 주변 도시 예비 시험장 12개 학교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포항 지진·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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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