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째 성과 없어’ 5·18 암매장 1구간 발굴 조사 ‘마무리’

입력 2017-11-20 11:09


검찰 기록·3공수 제보…공동묘지 등 범위·장소 확대

5·18 민주화운동 암매장 장소로 가장 유력하게 꼽혔던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밖 1구간에 대한 발굴 조사가 성과 없이 마무리된다.

발굴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5·18기념재단은 옛 광주교도소에 시신을 암매장했거나 이를 목격했다는 공수부대원들의 제보와 증언을 근거로, 암매장 발굴 조사 장소와 범위를 확대한다.

20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시작한 옛 광주교도소 북쪽 담장 밖 1구간에 대한 암매장 발굴 작업을 사실상 마무리한다. 1구간은 감시탑 앞부터 경비교도대 입구까지 언덕길 총 117m 중 언덕 가장 아래쪽 40m 부분이다. 현재까지 암매장 의혹이나 단서는 찾지 못했다.

1구간은 3공수특전여단 김모 소령이 1995년 검찰 진술조서에서 '암매장 약도'를 자세하게 그려놓은 곳으로, 가장 유력한 암매장 장소로 꼽혔다.

하지만 1980년 이후 교도소에 경비교도대 관사를 짓고 도시 가스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9개의 배관을 땅 속에 묻었던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게 발목을 잡았다.

9개의 배관을 통해 5·18 이후 최소 3~4차례 굴착이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5·18기념재단의 의뢰를 받아 발굴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대한문화재연구원은 이날 1구간에 대한 발굴 조사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작업 시작 보름 만에 1구간에서 암매장 흔적을 찾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신을 암매장했더라도,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기념재단과 대한문화재연구원은 2구간 발굴 작업 준비에 들어간다.

1구간 위쪽(서쪽·광주~담양 고속도로 방향)으로, 40m 구간을 발굴한다. 기반토가 나올 때까지 파내려가며 암매장 흔적을 찾는다.

2구간에서도 흔적을 찾지 못하면 나머지 37m에 대한 3단계 작업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새롭게 확인된 검찰 기록과 최근 이어지고 있는 3공수 부대원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암매장 발굴 범위를 넓혀나간다.

특히 5·18 당시 광주교도소 내 공동묘지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1980년 5월22일 광주지검에서 작성한 ‘광주교도소 동향’이라는 문건에는 ‘군부대가 시체 6구를 5월21일 밤, 광주교도소 공동묘지 부근에 가매장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1980년 5월24일 광주지검이 광주교도소로 보낸 전언통신문에는 ‘5월21일 귀 소 공동묘지 부근에 가매장한 사체에 대해 발굴 이동시 군 당국과 협의 하에 광주지검 검사가 검시토록 하라’고 적혀 있다.

현재까지 교도소 공동묘지 부근에서 발견된 5·18 관련 시신은 없다는 게 기념재단 측의 설명이다. 공동묘지는 교도소 북쪽에 위치해 있다. 1구간 발굴 조사 지역과 100m 가량 떨어져 있다.

기념재단은 이르면 21일 옛 교도소 공동묘지를 관리했던 퇴직 교도관과 함께 현장을 확인하고 발굴 계획을 세울 계획이다.

교도소 북쪽 담장 밖에 대한 발굴 조사 범위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980년 당시 3공수여단 11대대 소속 신순용(69) 전 소령과 3공수 본부대에 근무했던 병사 유모씨는 최근 각각 '교도소 북쪽에 10구 정도의 시신을 매장하는 것을 목격했다', '시신을 손수레에 싣고 옮겼다'고 제보했다.

이들은 '현재 발굴 현재 발굴 조사 지역이 아닌 것 같다. 담장 쪽으로 너무 붙어서 발굴 작업을 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기념재단은 신 전 소령, 유씨와 함께 현장을 둘러 본 뒤 이들이 지목한 위치가 같은 장소인지 확인하고 교도소 북쪽 발굴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김양래 기념재단 상임이사는 “기록과 증언으로 살펴보면 교도소 북쪽 공동묘지 부근 6구, 남쪽 교도소장 관사 앞 소나무 숲 5구, 북쪽 교도소 담장 인근 12구의 시신이 암매장 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이 세 곳에 대한 발굴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부터 이틀간 투입된 땅속탐사레이더(GPR·Ground Penetrating Radar)는 교도소 북쪽 담장과 교도소 남쪽, 전 교도소장 관사 주변, 화순 너릿재, 교도소 내 옛 농장터 등에서 암매장 흔적을 찾았다.

기념재단은 탐사레이더를 통해 확보한 정보를 분석, 암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좁혀나갈 방침이다. 분석 결과는 이르면 이날 나올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