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시위 보도 말라는 국정원…종북좌파로 몰고 간 방송

입력 2017-11-20 08:27

국가정보원의 반값 등록금 집회 보도 자제 요청을 방송사들이 수용해 종북좌파 시위로 폄하했다는 보도가 나와 네티즌들이 공분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2011년 6월9일 국정원이 작성한 반값 등록금 시위 관련 보도 협조결과 문건을 입수했다고 2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2국이 작성한 문건에는 “반값 등록금 시위와 관련해 6월8일 KBS 등 방송 5사 간부진을 대상으로 자극‧선정적 보도 자제토록 협조 요청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집회를 열고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언급한 대학교 반값 등록금 공약을 이행하라고 촉구했었다.

국정원 2국은 방송사 보도 부분 간부들이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윗선에 보고했다. 문건에 담긴 방송사 간부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MBC 고위간부는 반값 등록금 집회에 대해 “대학생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으나 종북좌파‧야당 등이 연대, 내년 총선‧대선정국까지 끌고 가려는 것이 확실하다”며 “뉴스데스크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지 말도록 지시하는 등 예의 주시해왔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오늘은 나 자신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보도하겠지만 국정원의 요청대로 선동적‧자극적 장면을 철저히 배제하고 종북좌파들의 ‘무조건 반값 인하’ 주장이 갖는 허구성을 비판하는 등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구성하겠다”고 했다.

KBS 중간간부도 “시위 양상이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일방적인 대정부 비판으로 흐르는 등 문제점이 많다”며 “금일 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겠다”고 했다. SBS 고위간부도 “등록금 문제는 중요 현안일뿐 아니라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해 과격한 촛불시위 장면‧정권퇴진 주장 피켓 문구 등 자극적‧선정적 내용을 배제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와 있다.

YTN 중간간부는 “무조건적인 시위만이 능사가 아니고 점진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는 만큼 관련 내용 보도 시 (이를) 반영해 균형 보도토록 하겠다”고 답했고 MBN 간부들은 “시위진압 등 자극적인 장면은 보도에서 배제하는 등 간략하게 보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학가와 젊은층에서 확산되던 반값 등록금 집회를 막기 위해 국정원이 ‘보도 통제’에 나섰고 이를 방송사가 수용하면서 현실화 됐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공분했다.

특히 젊은이들은 국정원의 언론 통제에 맹비난을 퍼부었다. “청년층 입장으로 이건 정말 용서 못하겠다” “국정원에 의해 조작된 세상에 살아 온 거냐” “대북 요원들이 할 짓이냐”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한 방송사 간부들을 엄중 처벌해야”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