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출신으로 2차대전 참전 용사 제임스 뎀프시(89)는 병실에서 숨을 헐떡이며 긴급 호출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간호사!” “헬프 미!”라고 다급하게 6번이나 외쳤다. 뎀프시가 무의식 상태에 빠져 들고 나서야 간호사들이 들어 왔다. 무슨 재미난 일이 있는지 한 간호사의 웃음 소리가 들린다.
2014년 어느 날 미국 조지아주 ‘노스이스트 애틀랜타 건강 재활’ 요양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뎀프시는 목숨을 잃었고, 가족들은 요양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요양병원 측은 긴급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이 촬영된 화면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미국 지역 방송국인 ‘11 얼라이브’는 18일(현지시간) 뎀프시 가족 측 변호사인 마이크 프리토가 당시 요양병원의 간호 책임자였던 완다 너클스를 신문하는 내용의 화면을 입수해 공개했다. 요양병원 측은 화면의 공개를 막아달라고 조지아주 연방대법원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증언 화면에서 너클스 간호사는 비상벨이 울리자 간호사들이 달려간 상황을 설명했다.
프리토(변호사):병실에 들어갔을 때 당신은 흉부 압박을 진행했죠. 맞나요?
너클스(간호사):네
프리토: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CPR(심폐소생술)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나요?
너클스:네
하지만 당시 병실 화면을 보고난 뒤 너클스 간호사의 태도는 변했다. 화면을 보면 너클스 간호사가 병실에 도착했을 때 아무도 CPR을 실시하지 않고 있었고, 너클스 간호사도 CPR을 시작하지 않았다. 뎀프시는 숨을 헐떡이며 무의식 상태에 빠져 들기 전 무려 6번이나 도움을 요청했다. 기록에 따르면 당일 새벽 5시28분 뎀프시가 생체 반응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고, 한 시간쯤이 지난 뒤인 6시25분에야 911에 전화를 걸었다.
너클스 간호사는 “실수였다”며 “해야할 일을 기본대로 했을 뿐”이라고 얼버무렸다. 다른 간호사들이 인공호흡기 작동에 애를 먹고 있는 동안 너클스와 다른 간호사들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프리토 변호사는 물었다. “무슨 재미있는 일이 있었나요?”
너클스 간호사는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답했다.
방송국은 응급 간호 전문인 일레인 해리스 전 간호사에게 당시 화면을 보여줬다. 그는 “43년 동안 간호사로 일했지만 인간 생명을 이토록 소홀히 다룬 것은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 환자에 대한 초기 대응과 진단, 행동에 대한 규정을 모두 어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일단 CPR이 시작되면 의사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계속 CPR을 진행시켜야 한다”면서 “너무나도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요양 병원을 운영하는 사바 시니어 캐어 측은 방송사의 인터뷰는 거절하고 짤막한 대변인 명의의 준비된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3년여 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 슬픔을 금치 못한다”면서 “새로운 경영진과 의료진이 입원 환자들의 생활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했고 최근 주 정부의 연례 의료 평가도 통과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해당 요양 병원 측은 뎀프시의 화면을 2015년 11월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간호사의 해고 등의 조치를 10개월 여동안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조지아주 간호사위원회가 나서 지난 9월에서야 너클스를 비롯한 간호사들의 자격을 박탈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