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부군 필립공이 20일(현지시간) 결혼 70주년을 맞는다. 영국 왕실의 첫 ‘플래티넘 웨딩’이다.
결혼 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는 없지만 20일 오후 1시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 종이 울릴 예정이라고 AFP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왕실 대변인은 여왕 부부가 가족 및 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결혼 50주년인 ‘금혼식’ 때는 금마차를 타고 런던 시내에서 퍼레이드를 벌였고, 60주년인 ‘다이아몬드 웨딩’ 때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기념식을 열었다.
여왕 부부는 70주년을 조용히 치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영국 전역에서 축하 무드가 고조되고 있다. 왕립조폐국은 5파운드와 20파운드짜리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주화 표면에는 여왕 부부의 초상화, 뒷면에는 두 사람이 승마하는 모습과 함께 ‘두 폐하께 행복을 가져다준 결혼과 사랑(Wedded love has joined them in happiness 1947~2017)’이라는 메시지가 새겨졌다. 이밖에 70주년 우표와 머그컵 등 기념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3살 때 아버지 조지 6세와 다트머스 해군대학을 방문했다가 18살이던 그리스 왕족인 필립공을 처음 만났다. 필립공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후손이어서 엘리자베스 여왕과 먼 친척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자신감 넘치고 잘생긴 사관후보생 필립공에게 먼저 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필립공은 결혼 후 영국으로 국적을 바꿨다.
두 사람은 결혼 후 70년간 찰스 왕세자,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앤 공주 등 네 자녀를 비롯해 8명의 손주, 5명의 증손주를 뒀다. 자녀 넷 중 셋은 이혼했지만 부부는 서로에게 든든한 지지자 역할을 해왔다. 필립공이 가끔 말실수로 구설수에 오를 때도 여왕은 너그럽게 용서했다.
AFP는 “필립공은 여왕의 그림자로 사는 것을 받아들였고, 여왕은 주기적인 그의 실수를 용서했다”고 전했다. 1997년 결혼 50주년을 기념한 금혼식에서 필립공은 “우리가 배운 교훈은 어떤 행복한 결혼에서든 필수 요소 중 하나는 인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필립공은 지난 8월 왕립 해병대 행사 참석을 마지막으로 공무에서 은퇴했다. 그리고 여왕은 지난 12일 1차 대전 전몰장병 추도행사 주관을 아들 찰스 왕세자(69)에게 넘기는 등 공무를 서서히 이양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