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쇼한다’ ‘유명한 꼴통’…동료 의사가 단 악플 본 이국종 교수

입력 2017-11-19 14:14
사진=뉴시스, '세바시' 방송캡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총상을 입고 귀순한 북한 병사의 치료를 담당하는 이국종 아주대 중증외상센터 교수가 최근 주목받고 있다.

그는 2011년 우리 군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한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피랍된 석해균 선장을 치료해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렸다. MBC 의학 드라마 ‘골든타임’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왼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라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며 화제가 됐다.

이 교수는 지난 15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귀순 병사의 2차 수술 결과를 말했다. 이어 외상센터 운영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이제는 더 이상 힘들어서 (외상센터를) 못 하겠다”며 “여기저기서 흔드는 세력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교수의 인터뷰가 공개된 이후, 과거 자신을 ‘뒷담화’하는 동료 의사들의 댓글을 보는 영상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영상은 지난 8월 7일 CBSTV 시사 교양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한 강연의 일부다.

사진='세바시' 방송캡처

이 교수는 의사들만 접속할 수 있는 국내 대표 의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자신의 뒷담화 내용을 공개했다. 댓글을 단 한 의사는 “원장이 처음부터 나서서 인터뷰하고 생쇼하고 환자 앞에 현수막 걸어 놓고 방송 태운다”며 “그렇게라도 해서 인지도를 좀 높여보자는 계산인가 본데 누가 수원의 아주대를 찾아가느냐”고 했다. 이어 “의사들도 이젠 연예인과 다를 게 없다”며 비꼬았다.

해당 댓글은 이 교수가 석해균 선장을 구해내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며 주목 받던 당시 작성됐다. 이 교수는 ‘누가 아주대를 찾아가느냐’는 부분을 다시 읽었다. 그러면서 “의사들이 통성명 대신 ‘어느 학교 나오셨어요?’라는 말을 한다”며 “이 자리에 의과대학생들이 왔다고 해서 하는 말인데, 이런 편습이 여러분들 때면 없어질까…”라고 말했다.

사진='세바시' 방송캡처

또 다른 의사는 “그 사람(이 교수) 관상을 보니 자기만의 세계에 사는 사람일 것 같다”며 “주변과 트러블이 많을 것 같아 좋은 인상은 아니다”라고 썼다. 그러자 또 다른 의사가 이 교수를 ‘유명한 꼴통’이라고 지칭하며 “아랫년차를 때리고 가오잡는 한마디로 XXX”라는 답댓글을 달았다.

이 교수는 댓글을 직접 읽으며 “아래 연차가 좀 있어 봤으면 좋겠다”며 “지원하는 사람이 없다”고 씁쓸해했다. 이어 “그런데 이게 메인 오피니언이다. 세상이 무섭다”고 말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방송에서 이 교수는 격무와 열악한 치료 환경, 병원 인근 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한 힘겨움을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구조헬기가 등산객들 사이로 날아갔는데, 김밥에 모래바람이 스쳤다고 민원을 넣는다”며 “웃을 일이 아니라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이같은 사연에 이 교수가 일하는 외상센터에 지원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자는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권역외상센터(이국종 교수님)에 추가적, 제도적, 환경적 인력 지원’이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려 현 의료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해달라고 촉구했다. 청원에 참여한 사람은 19일 오후 1시 30분 기준 2만9000여명이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