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이북의 러시아 영토인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한 연해주지역에서 러시아 과학원 고고학자들은 연해주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고려·조선시기의 유적과 유물들이 최근 발굴됐다고 지난 17일 인하대에서 보고했다.
인하대 국제학술회의는 러시아 극동고고학계 권위자들은 발표를 통해 ‘피터 대체만 수역의 고려 및 조선시대 고고학 유적들’ 등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고려의 국경사에 대한 한국 역사학계의 기존 통설에 대한 많은 논쟁거리를 제공했다.
그동안 한국 역사학계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중심로 하는 연해주에는 한국사와 관련, 발해 유적과 대일항쟁기의 유적들만 주로 분포한 것으로 인식했으나 러시아 고고학자들은 연해주 지역에서 요나라나 금나라와는 관계없는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산성과 토기들이 발견됐음을 국내에 보고한 것이어서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아르쩨미예바는 “한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부임했던 녹둔도의 전방 산성기지가 24㎞ 북쪽에서 발견됐다”고 보고해 관심을 고조시켰다.
그는 난중일기의 기록을 인용하면서 두만강 북쪽 연해주 지역까지 조선시대 군사작전의 영역이었음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 산성은 거란이나 여진족같은 유목민족의 유적이 아니라 고려와 조선의 산성으로 보고 있다고 밝혀 청중을 놀라게 했다.
이러한 고고학 발견은 고려와 조선의 국경이 두만강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통설을 뒤집는 것이다.
이번 국제학술회의는 그동안 많은 논란 속에 미궁에 빠져 있는 한국 북방사 관련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두만강 이북에 고려와 조선의 국경이 있었다는 공식 문헌기록을 러시아 학계의 고고학 자료들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발해사 전공자로 여러 차례 연해주를 답사한 ‘고구려, 발해학회’ 연구위원인 정진헌 박사는 “시대적으로 발해 이후 유적들이 많이 발견되는데도 지금까지 대부분의 러시아 학자들은 이 유적들에 대한 구분을 못하고 엉뚱하게 불과 200년이 안 되는 금나라와 연결지어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남창희 교수는 “고대와 중세 국경의 연구와 현대의 영토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이 국제연합에 가입하면서 1945년 이후 동북아 국경 질서를 인정한만큼 국경사 연구가 현대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외교분쟁을 유발한다는 우려는 터무니없는 상상이라는 것이다.
남 교수는 “중국의 현대 북한에 대한 역사적 연고권 운운은 그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유엔이 정한 전후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으로서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이어 “러시아 학계는 중국과는 달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고대와 중세 한국의 문화권 영역에 대한 공동연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기대 교수는 “우리 중세사학계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공개토론회를 통해 일제 관변학자들에 의해 왜곡된 고려사를 복원해야 하고 정부 당국은 이를 위한 대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