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청년부채→청년도박?… 사이버도박 10명중 4명 20대

입력 2017-11-19 12:17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학생 A(26)씨는 지난 7월 부산 해운대에서 택시를 내렸다. 요금 2800원을 5만원권 지폐로 지급하고 거스름돈 4만7200원을 받았다. 그는 돈을 쓴 게 아니라 번 거였다. 그가 내민 5만원권은 컬러복합기를 이용해 직접 만든 위조지폐였다. 가짜 돈 5만원으로 진짜 돈 4만7200원을 손에 쥐는 위폐 범행을 14차례에 반복해 22만원을 챙기고는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지난 16일 A(26)씨를 통화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5만원권 10장과 1만원권 30장을 위조했는데, 평범한 대학생이던 그가 위폐범이 된 것은 ‘사이버도박’ 때문이었다. A씨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 돈을 날려 수백만원 빚을 지게 되자 지폐 위조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실업’ ‘청년부채’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듯, 경찰이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벌였더니 적발된 도박사범 10명 중 4명은 A씨와 같은 20대였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최근 2개월간 사이버도박 특별단속을 통해 4033명을 입건하고 그중 64명을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도박으로 취득한 범죄수익금 159억여원을 환수했다.

연령별 집계한 결과 20대가 1525명으로 가장 많았다. 41.5%를 차지했다. 30대가 1313명(35.7%), 40대가 503명(13.7%), 10대가 210명(5.7%)으로 뒤를 이었다. 도박 유형은 ‘스포츠도박' 2890명(78.6%), 사다리 등 ‘미니게임' 407명(11.1%), 기타 379명(10.3%) 등이었다. 적발된 입건자 중 도박전과자는 295명(7.3%)에 불과했다. 절반 가까이가 10~20대였고, 대다수가 초범이었던 것이다.

사이버도박은 운영방식의 지능화·은밀화·국제화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익 있다. 스포츠 경기 중계, 인출조직 분리 운영 등 도박 사이트 운영의 분업화를 통해 수사기관의 단속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운영조직은 대부분 해외 도박 서버를 이용했으며 국내 서버를 이용한 비율은 3.7%에 불과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은 호화생활을 영위하지만 도박행위자는 공금횡령, 절도 등 2차 범죄나 가정파탄·자살에 이르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