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스키 마니아다. 겨울이 오자 시즌권을 끊은 A씨는 평소 호감을 갖던 B씨와 함께 스키장에 갔다. A씨는 스키 실력을 뽐내기 위해 B씨를 상급자 코스로 끌고 올라갔고, B씨는 슬로프를 내려오다 조작 미숙으로 미끄러졌고 안전망에 부딪혀 속도는 줄었으나 결국 골절상을 입었다. B씨는 초보자인 자신이 상급슬로프로 올라갈 수 있게 된 스키장의 관리상 과실과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하며 스키장으로부터 치료비를 받을 수 있을까?
스키 마니아들은 1년 동안 겨울을 기다립니다. 더구나 호감을 가진 여자 친구까지 생겼으니 A씨는 스키장 슬로프 상단에서 얼마나 즐거웠을까요. 그러나 A씨의 무리한 가이드로 인해 B씨가 크게 다쳤습니다. B씨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키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많이 발생해 스키에 능숙한 사람들도 크게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스키장의 설질이 좋지 않아서, 관리가 미숙해서 등 다양한 원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스키장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법원은 원칙적으로 스키어에게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즉 스키는 경사진 곳을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위험한 스포츠이고, 스키를 즐기는 사람은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하고 스릴을 느끼기 위해 스키를 타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예측했다고 봅니다.
위와 같은 원칙 하에서 법원은 예외적인 책임소재를 다음과 같은 내용에 따라 판단합니다.
위 기준에 따라 책임소재를 판별해보면 초급자인 B씨가 상급자용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다가 사고가 난 경우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스키어의 실수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나아가 스키장이 일부 책임이 있는 지는, 위 사항을 검토해봐야 합니다.
먼저 스키장에는 ‘초급자 이용 금지’라는 경고판이 설치되어 있었고, 안전요원 등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특히 그물 안전망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설치되어 있어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스키장이 위 기준에 따른 사항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평가되어 스키장에 치료비를 청구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본 것처럼 위 기준이 완벽하게 충족되었는지를 스키어가 알기는 어렵습니다. 즉 사고를 당한 스키어는 응급처치를 위해 후송될 가능성이 높은데, 사고 이후에 스키장이 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알아내기란 굉장히 어렵습니다. 뭔가 스키장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더라도 실제로 그게 스키장의 책임이라고 명확하게 집어내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따라서 사고가 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인 것입니다.
법원도 ‘코스 선택은 전적으로 스키어들이 자신의 실력 정도에 맞춰 슬로프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스키어의 책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자신의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이용하는 것이 스키를 즐기는 자신과 다른 스키어를 보호하는 일입니다.
[허윤 변호사는?]
당신을 지켜주는 생활법률사전(2013. 책나무출판사), 생활법률 히어로(2017. 넘버나인), 보험상식 히어로(2017. 넘버나인) 등을 출간. 法을 몰라 팥쥐에게 당하는 이 땅의 콩쥐들을 응원함.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대변인/이사, 장애인태권도협회 이사,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국민일보, 한국일보, Korea Times 법률고문 등으로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