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 변호사의 모르면 당하는 法](35) 스키를 타던 중 갑자기 턴을 하는 스키어에 부딪혔다면?

입력 2017-11-20 10:00

스키 마니아인 A씨는 상급자 코스를 내려오다 갑자기 턴을 하는 B씨에게 부딪혔고 이로 인해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었다. 특히 새로 산 100만원대의 스키와 팀복이 손상되어 A씨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A씨는 갑자기 턴을 한 스키어에게 치료비와 스키 및 팀복 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까?




기분 좋게 놀러간 스키장에서 사고를 당하면, 특히 갑자기 넘어지거나 방향을 바꾼 스키어 때문에 갑작스러운 충돌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당연히 자신과 상대 스키어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가벼운 충돌이라도 뼈에 금이 가거나 뇌진탕 등이 발생할 수 있으니 섣불리 일어나서 움직이기 보다는 몸 상태와 부상 정도를 그 자리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이후 안전요원이 오면 정확한 사고 상황을 알린 뒤에 가능하면 스키장으로부터 ‘사고사실확인원’ 등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스키장 충돌 사고가 자동차 충돌 사고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충돌 사고 후 사고확인원을 제대로 받아놓지 않으면 사고 이후 책임 소재를 가리기가 어려워 분쟁이 발생하듯이, 스키장 충돌 사고도 사고 직후 사고확인원을 받아놓지 않으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습니다.

또한 슬로프의 CCTV를 확보하는 것도 좋습니다. 통상 CCTV 보관기간은 보름에서 한달 정도이므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A씨의 경우는 어떨까요? 보통 앞서 내려가는 스키어는 뒤따라오는 스키어의 활강을 살피면서 내려올 수 없습니다. 뒤에 있는 스키어가 앞에 있는 스키어의 움직임을 살피면서 안전한 진로와 속도를 선택해야 하지요. 그러나 앞서가는 스키어가 갑자기 급격한 턴을 하거나 넘어지는 경우, 초보자가 상급자 슬로프에서 스키를 타다가 주저앉는 경우 등에는 뒤따라 내려오던 스키어가 이를 보더라도 시간상 피하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법원은 뒤따라 내려오는 스키어의 책임을 경감해주고 있습니다.

A씨는 상급코스에 맞는 실력이 있지만 B씨가 갑자기 턴을 하는 것은 A씨가 예측할 수 없는 영역에 있으므로 A씨는 B씨에게 치료비 등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하여 즐기는 것이 사고를 줄이고, 서로를 배려하는 것입니다.



[허윤 변호사는?] 
당신을 지켜주는 생활법률사전(2013. 책나무출판사), 생활법률 히어로(2017. 넘버나인), 보험상식 히어로(2017. 넘버나인) 등을 출간. 法을 몰라 팥쥐에게 당하는 이 땅의 콩쥐들을 응원함.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대변인/이사, 장애인태권도협회 이사, 서울특별시의회 입법법률고문, 국민일보, 한국일보, Korea Times 법률고문 등으로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