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 안아키 김효진 한의사 “그래서 애가 죽었니? 내 책임 아냐”

입력 2017-11-19 08:25 수정 2017-11-19 08:29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안아키 사태의 진실, 엄마는 왜 병원에 가지 않았나' 편에서는 7개월째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안아키(약안쓰고 우리아이 키우기)' 사태를 재조명했다.

지난 4월 말, 눈을 의심케 하는 몇 장의 사진들이 SNS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사진 속 아이들은 얼굴에 피딱지가 앉을 정도로 한 눈에 봐도 심각한 상태였고, 부모들의 아동학대 논란으로 이어졌다. 엄마들의 공통점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일명 ‘안아키’ 카페 회원들이었다.

이 카페의 운영자는 31년 경력의 한의사 김효진 원장이었다. 김 원장이 ‘안아키'를 통해 가르친 대로 아이를 키워 효과를 본 부모도 있었지만 ’안아키' 가르침대로 했다가 아이의 병이 더욱 악화됐다는 부모도 있었다.

‘안아키'에 올라온 해열법을 따라 했다가 믿음이 생겼다는 A씨는 아이에게 갑상선 약 복용을 멈추라는 김 원장의 말을 따랐다가 아이의 병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아이가 입원 치료를 받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김 원장은 ‘안아키'에 올라온 글을 보고 A씨에게 전화를 해 아이가 약 때문에 아픈 것이라며 퇴원을 권유했다. 하지만 아이의 병은 더욱 심해졌고 각혈까지 했다.

이에 A씨는 김 원장을 찾았다. 하지만 김 원장은 “약 끊고 애가 약을 먹지 않아 죽었어? 전보다 나아지지 않았느냐”라며 A씨를 다그쳤다고 주장했다. 아이가 피를 토했다는 A씨의 말에도 “피를 줄줄 흘린 것도 아닌데 애는 멀쩡하다. 약할 뿐”이라며 “낮에 아이를 굴려라. 계속 운동을 과하게 시켜”라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생각하는 근본적 문제는 의료 시스템을 알면서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안아키는 문제를 제기하니까”라며 “똑똑한 의료소비자를 기르는 게 누군가에게 몹시 불편할 거다”고 주장했다.

이어 “약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약이 듣는 몸으로 만들고 유지하자는 것”이라면서 “실제로 오늘 약을 많이 쓰면 내일은 더 큰 독이 된다. 만약 약을 쓰면 하루 만에 낫고 약을 안 쓰면 이틀 만에 낫는다면 나는 약을 쓰지 말고 이틀 만에 치료하라고 한다. 그게 내일을 위해 건강을 저금하는 방법이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의 취재 결과 ‘안아키’ 커뮤니티에는 특이한 제도가 있었다. 엄마들의 상담 글에 답글을 달아주는 이른바 ‘맘닥터’ 제도였다. 이 제도는 응시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시험지와 답안지가 암암리에 돌 만큼 관리가 엄격하지 못했다.

아이들의 증상은 다양했지만, 맘닥터의 답글은 제한적이었고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갖추지 못한 엄마들의 진료행위는 김 원장의 가이드라인 내에서 이루어졌다. 이들이 상담에서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이 김 원장 한의원에서 시술하는 해독에 관한 내용이었다.

맘닥터라는 자격으로 댓글을 썼던 이들은 안아키 사태 이후 남모를 죄책감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김씨는 논란이 일자 안아키 카페를 폐쇄하고 한의원도 문을 닫았다가 최근 카페(안전하고 건강하게 아이 키우기) 운영을 재개하고 한의원 문도 새로 열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치료법을 꿋꿋이 주장하고 있었다.

김원장은 “정보의 취사선택 능력이 개인마다 다르다. 책임의 문제는 다른 문제다. 경찰에서도 이런 얘기 많이 들었다. 계속 이해가 안갔다. 왜 내 책임이냐. 이건 거래가 아니다. 선택할 기회를 줬을 뿐이지 내가 손에 쥐어준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한의학 박사들은 “양약 복용 자체가 해독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도 근거가 없고 납득할 수 없다”며 “항생제는 필요할 때 꼭 써야 한다. 한의학에서는 부정거사라는 말이 있다. 병의 기운이 너무 강할 때 약화시키기 위해 황금이나 황현 등 약재들을 써서 항생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치료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영국판 안아키 사태인 ‘웨이크필드' 사건을 취재했던 브라이언 기자는 “불안감은 전염성이 높다. 병처럼 전염성이 높다. 한국에서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하지 말고 이런저런 치료법을 사용하라거나 하는 의사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무엇을 팔고 있느냐고 물어봐라. 항상 돈이 관련돼 있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