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시아 ‘순방 효과 ’… 대북 제재 동참 잇따라

입력 2017-11-18 13:34
지난 13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31차 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 개막식에서 응우옌 쑤언 푹(왼쪽부터) 베트남 총리, 트럼프 대통령, 두테르테 대통령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싱가포르, 미얀마,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역내에서 북한이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북한을 고립시키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국가들도 미국의 압박에 영향을 받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가능하게 하는 은행, 항구, 시장 등에 대한 접근을 억제하는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한마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북한과의 10개 핵심 교역국 중 3곳이 동남아에 있다. 태국은 지난해 북한의 5대 교역 상대국이었고, 필리핀은 여섯번째이며 싱가포르는 여덟번째다. 이 국가들은 북한 무역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도 오랫동안 경제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유엔은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북한 석탄 수출 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김정은 정권이 동남아 국가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은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에 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아프리카와 같은 세계 여러 국가들과 제한된 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비공식 회담에서 싱가포르 관리들은 지난주 북한과의 모든 무역을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 역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제재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했다. 미얀마는 지난달 11년 만에 처음으로 대북 제재 조치 이행 보고서를 유엔에 제출하면서 북한 외교관을 추방했다. 말레이시아는 평양과의 경제 및 외교 관계를 재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북한 대사관 폐쇄를 현재 고려중이다. 김정은은 지난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이복형인 김정남을 암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번주 아시아 순방을 끝내고 돌아간 뒤 아시아븡태평양 정상들이 대북제재와 관련해 미국의 압력에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도 최근 수주간 북한과 외교적, 사업적 관계가 친밀한 20개 이상 국가들이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정학 기자 mide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