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전선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근무했다”는 이 전 차장은 그동안 국정원의 댓글 작업이 떳떳하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국정원의 댓글 대선개입 사건이 드러나 열린 2013년의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는 “우리는 대선개입 의혹을 받을 만한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의 사이버 활동이 대한민국의 국민과 정부를 이간시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PC방에 가서 한두 시간만 작업하면 얼마나 그들의 활동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가를 제가 증명해 드릴 수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정원의 댓글 작업에 대해 “이러한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사이버상은 지금 어떻게 되어 있을 것인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도 했다. 특위 위원들을 향해서는 “이 부분을 분명히 인식해 달라. 지금 이 청문회 장면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북한의 노동당 간부도 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는 간첩들도, 국내의 종북세력들도 다 보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155마일 휴전선뿐 아니라 첨예한 이념전선이 있다”며 “이 대응 활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국민들에게 호소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런 모습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의 범죄를 확신범(確信犯·도덕적 정치적 신념과 확신이 동기가 돼 벌어지는 범죄)이라 해석하기도 했다. 국정조사에 참여한 한 의원은 당시 “이 전 차장이 나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과거 히틀러 정권 시대의 아이히만을 연상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내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비난하는 댓글을 단 것이 정당한 대북심리전이라 당연시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도 많았다. 국정원 직원들이 “김대중의 조국이 북한이다” “빨리 보내드려야 한다”는 패륜적 댓글을 다는 것이 과연 대북심리전이냐고 묻는 의원도 있었다.
신념에도 불구하고 국정원법을 어기고 정치에 관여한 혐의는 현재까지 유죄다. 그는 제18대 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함께 기소됐고, 지난 8월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이후 국고손실 혐의가 새로 드러나 국정원수사팀의 수사선상에 올랐고, 결국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육군사관학교 35기인 이 전 차장은 국정원 3차장으로 일하기 전에는 36년간 군인으로 일했다.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에는 군사작전 지원 실무 총책임자를 맡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