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5.4의 강진이 할퀴고 간 포항의 상처는 깊었다.
17일 한국교회봉사단(대표회장 김삼환, 이사장 오정현 정성진) 포항 지진 피해 실사단과 둘러본 포항은 겉으론 안정을 찾은 듯 했지만 여진에 대한 공포가 컸다. 포항의 지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피해는 진앙지가 있는 북구에 집중됐다. 경주 지진과 마찬가지로 내진설계는 피해 유무를 가르는 기준이 됐다. 북구에 있으면서도 내진설계가 된 포항 기쁨의교회(박진석 목사)는 이재민 대피소로 사용되고 있다.
지진이 난 15일 오후 한동대 학생과 시민 200여명이 교회를 찾았다. 교회는 사회복지법인 기쁨의재단과 함께 포항시와 포스코 등을 연결해 구호키트와 침낭을 공수했다. 교회에서 이틀을 지낸 한동대생 150명은 기숙사로 돌아갔지만 17일 저녁 포항시 북구 대도중학교 체육관에 있던 이재민 300명이 기쁨의교회로 자리를 옮겼다.
박진석 목사는 “체육관이나 학교보다는 교회가 지내기 훨씬 좋다”면서 “교회와 기쁨의복지재단은 오시는 분들 모두를 잘 모실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박 목사는 “상황이 안정된 뒤라도 중‧장기 구호활동을 이어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한국교회봉사단은 기쁨의교회에 긴급 구호금 2000만원을 전달했다. 한교봉은 추가 모금을 통해 포항시를 지속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같은 북구에 위치한 항도교회(임명운 목사)와 포항영락교회(김선흥 목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주일예배가 가능한지 살펴보러 나왔다는 김영구(63) 항도교회 장로는 “구조물이 추가로 떨어질 것이 걱정돼 교회 앞 도로를 3일 동안 통제했을 정도였다”면서 “여진이 오면 교회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김 장로는 “당장 이번 주일이 추수감사절인데, 120명의 교인들이 예배드릴 장소가 없어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교회 종탑을 둘러싸고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이 일제히 지붕으로 쏟아져 내린 포항영락교회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2015년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새 교회가 사실상 반파됐다. 교회 천장은 폭탄을 맞은 듯 찢겨 있었다. 답사팀은 이 교회에서 다리가 흔들릴 정도의 여진을 만나 패닉에 빠졌다.
가장 큰 대피소인 흥해 실내 체육관에서 만난 시민들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사라졌다. 남편, 2명의 아들과 체육관으로 대피했다는 서은숙(46‧흥해읍 중성리)씨는 “씻지도 못하고 공동생활을 하는 게 무척 불편하다”면서 “단수와 단전에 가스까지 끊긴 집에선 이 추위를 견딜 수 없어 오도가도 못하는 형편”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한동대학교는 대피했던 학생들이 복귀하면서 일상을 찾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외벽이 쏟아져 내린 느헤미야관은 처참한 속살을 드러낸 채 위태롭게 서 있었고 간간히 안전모를 쓴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천영철 한국교회봉사단 사무총장은 “지난해 경주 지진보다 피해가 크고 반파된 교회들도 있다”면서 “전국의 교회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하며 한국교회의 관심과 후원을 요청했다(02-747-1225). 글·사진 포항=장창일 기자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